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실시간 속보

지방자치 정책대상 (~10/20)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맛있는 과학]화성에서 발견한 생명체 ETL-1

맛있는 과학 머니투데이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입력 : 2016.04.01 03:00
폰트크기
기사공유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이 생명체에 ‘ETL(Extraterrestrial Life)-1’, 즉 ‘외계생명체’라는 다소 밋밋한 이름을 붙였다.

ETL-1은 박테리아보다 작은 크기이다. 지구의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DNA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구 생명체의 생화학적 작동원리가 우주에서 보편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 발표는 4월 1일에 있었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이날은 ‘만우절’이다.

작년 대형강입자충돌기(LHC)로 유명한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는 만우절 기념으로 ‘CERN의 연구자들이 포스를 발견했다’는 기사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포스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가상의 초월적 힘이다. CERN 홈페이지에 가보면 포스를 이용해 커피를 데우는 물리학자의 사진을 볼 수 있다. 2008년 만우절에 영국 BBC는 하늘을 나는 펭귄을 보도하기도 했다. BBC가 뽀로로를 알았다면 펭귄에 물안경을 씌웠을지도 모른다. 이런 유쾌한 만우절 이야기도 있지만, 내가 겪은 황당한 스토리도 있다.

과학자는 논문으로 평가받는다. 논문을 저널에 제출하면 심사가 시작된다. 저널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두 세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아야 한다. 2005년 9월초 피지컬리뷰레터에서 내 논문을 불합격시킨다는 통보가 왔다.

피지컬리뷰레터는 이번 중력파 발견이 실린 물리학 최고의 저널이다. 여기서 불합격되는 일이야 다반사인 데,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제시한 사유가 황당했다. 내 논문의 내용이 물리적으로 말도 안 되는 내용이며, 심지어 만우절 장난 같다는 의견이었다. 논문이 제출된 날짜가 하필 4월 1일이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을 교체해 재심사를 했으나, 결국 다른 이유로 불합격 확정을 받았다. 발끈한 나는 위원회에 어필을 했고, 분과 편집장까지 나서서 재심의를 한 끝에 가까스로 논문이 실릴 수 있었다. 만우절 농담 같다는 지적이 없었으면 재심까지 가지는 않았을 거다. 이 사건 이후 만우절에는 절대 논문을 제출하지 않는다.

심각한 과학적 진실을 장난이나 미친 생각쯤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학의 유구한 전통(?)이다. 17세기 초 갈릴레오가 내놓은 놀라운 진실에 대해 사람들은 상을 주기는커녕 화형(火刑)을 준비했다. 갈릴레오가 물러서지 않았다면 물리학의 역사는 순교(殉敎)와 함께 시작되었을 것이다.

19세기 중반 패러데이의 ‘장(場)’이라는 아이디어도 주류과학자들의 조롱을 받았다. 패러데이는 제대로 된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전기장, 자기장이 실재한다는 것을 안다. 19세기 말 볼츠만의 엔트로피 개념도 학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다. 볼츠만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데, 자신의 이론이 인정받지 못했던 것도 그 이유의 하나였으리라. 오늘날 볼츠만은 통계역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사실 과학논문이나 학술적 논의에서 만우절 장난 같은 것을 보기는 쉽지 않다. 과학자의 거짓말은 그의 경력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빅뱅이론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가모브의 경우는 그래서 특별하다. 가모브는 알퍼와 함께 논문을 썼는데, 저자이름을 순서대로 보면 ‘알퍼-가모브’가 된다. 가모브는 장난으로 한스 베테(1967년 노벨물리학상)를 두 번째 저자로 넣었다.

그러면 저자이름이 순서대로 ‘알퍼-베테-가모브’가 된다. 오늘날 이 논문은 알파-베타-감마 논문으로 불린다. 아참, 가모브는 베테의 허락도 없이 그의 이름을 올린 거다. 하지만, 괜찮았다. 둘은 친한 친구였으니까.

안타깝지만 대개 과학에서 드러난 거짓말은 의도적인 사기일 경우가 많다. 때로 과학자 자신도 모른 채 잘못된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드문 일이다. 나 같이 평범한 물리학자가 연구할 때에도 모든 가능성을 수십 번씩 검토한다. 논문을 쓸 때는 정말 수십 번을 읽고 고친다. 물론 이렇게 하고도 실수할 수는 있다. 허나, 이렇게 하고도 논문의 핵심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과학자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근래 과학자들이 저지르는 연구부정이 언론에 자주 보도된다. 그나마 과학이 확실한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 이런 뉴스는 의아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학의 최전선에서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탐색해야 한다. 여기서는 서로 믿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남을 속이기가 더 쉽다. 따라서 데이터를 조작한 과학자는 가혹하게 일벌백계해야한다. 대개는 믿어주지만, 단 한 번의 조작에는 한 치의 관용도 베풀지 않는 것이다. 이 방법이 효과적이란 것은 오늘날 과학이 이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곧 선거다. 정치가 과학과 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악의적인 조작이나 반복되는 거짓말에는 관용을 베풀지 말아야한다. 그것이 우리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과학적 방법이다.


[맛있는 과학]화성에서 발견한 생명체 ETL-1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