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헤지펀드 친정식구 고민 "돈은 돼도…"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은 올해 새로 허용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시장 진출에 대한 의사결정을 잠시 유보한 상태다. 헤지펀드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업무중복 문제가 있다는 고민에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헤지펀드 시장진출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으나, 미래에셋증권처럼 계열사들과의 이해상충 이슈 때문에 속을 태우는 사례가 잇따른다.


올해부터 자산운용사에 이어 증권사의 헤지펀드 업무 겸영이 허용되지만 예상보다 진행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단 미래에셋은 그룹 차원에서 증권사의 업무 차별화 방안 등을 고려해 사모펀드 겸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막상 업무 빗장이 풀리자 고민에 빠졌다.

헤지펀드 도입을 검토했던 증권사들은 계열 자산운용사와 겹치지 않는 업무영역을 찾고 있다.


NH투자증권 (12,930원 ▲30 +0.23%)은 차익거래, IPO(기업공개) 등 주식(에쿼티) 관련 헤지펀드 업무에 주력해 NH농협금융 계열사인 NH-CA자산운용과 업무를 차별화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NH-CA자산운용의 채권형 펀드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한 조치다.

삼성증권 (38,050원 ▼750 -1.93%)은 로봇이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에 기반한 맞춤형 사모펀드를 앞세워 헤지펀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아직 로보어드바이저 업무가 전무한 삼성금융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과 헤지펀드 업무를 차별화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한금융 그룹 계열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업무 중복을 최소화할 수 있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부동산펀드나 항공기, 선박 등 특별자산펀드 업무를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한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7,370원 ▲10 +0.1%), 대신증권 (15,870원 ▼80 -0.50%)과 하나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는 계열 운용사와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는 고민 때문에 헤지펀드 시장 진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메리츠종금증권 (6,100원 ▼200 -3.17%)은 자산운용 등 계열사와 업무중복을 감안해 지난 2월 지주사 차원에서 사모펀드 업무를 전담하는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을 설립하기도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지난해 최저가입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지는 등 규제가 완화됐고 투자자산 범위가 다양해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증권사가 자산운용 계열사들과 업무를 차별화하지 않으면 한정된 시장에서 밥그릇을 뺏고 뺏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지 않으면 결국 제로섬 게임에 한 식구들끼리 경쟁하는 국면이 되고, 이는 전체적인 수익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그동안 금지됐던 증권사들의 헤지펀드 겸영을 허용키로 하고 이달 중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등록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15여개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업무 겸영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