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직원 해고'…엇갈린 法해석

서울 강남 일대와 목동, 경기 고양시 일산 등에서 40여명의 전문강사를 고용해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큰 위기를 겪었다. 학원 홍보 강사로도 활동 중인 인기 영어강사 B씨가 수강생의 어머니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그의 아내가 폭로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B씨의 수업을 들었던 30여명의 학생 중 절반 이상이 환불을 요청하며 학원을 떠나가 수업이 폐강됐고 안팎으로 소문이 퍼져 전체적인 수강인원도 20% 이상 줄어든 상태다. 학원 평판에 악영향을 끼친 데다 금전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입힌 B씨에게 A씨는 해고를 통보했다. 계약서에도 조직의 품위를 손상시켰을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B씨는 간통죄가 폐지된 이상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가 너무나 과도하다며 소송을 걸어왔다. B씨 때문에 회사가 어수선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사생활인 만큼 회사가 관여하기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A씨처럼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고 평판에도 악영향을 끼쳐 당분간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면 그저 개인의 사생활로만 넘겨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불륜 직원 해고조치 법적 해석 엇갈려



사실, 간통죄가 폐지됨에 따라 불륜은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될지언정 적어도 법 안에서는 더 이상 범죄행위가 아니다. 그렇다고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 완전히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형벌권만 없어졌을 뿐 사회 및 도덕적 기준이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불륜에 대한 기업들의 시각이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삼성 등 일부 기업은 불륜이 적발되면 해고 조치까지 내리는 등 강경 대응한다.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회사 이미지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의외로 '불륜도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눈감는 기업도 적지 않다. 법도 기업들의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근로계약 체결 시 명시한 해고사유 조항에 불륜 등이 포함됐다면 해고는 정당하다는 시각으로 보는 반면 반대로 부당해고로 보는 판례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중소업체에서 근무하던 미혼 여성이 직장 동료인 기혼 남성과 불륜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확인돼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내린 해고 조치가 정당하다고 인정됐다. 하지만 공립 중학교 교직원에게 내려진 유부남인 교감과의 불륜에 대한 징계해고 조치는 인정받지 못한 판례가 있다. 이는 불륜기간이나 정도, 직업의 특성, 불륜 사실이 간통죄 폐지 전인지 후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사가 판단하기 때문이다.

◇ 근로계약 시 해고사항 구체적 기준 마련 필요

A씨의 경우 비록 교육업에 종사하지만 학교와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또한 A씨가 운영하는 학원의 홍보모델로 활동하며 B씨가 학원의 이미지를 대변해온 이상 학원 평판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질적으로 불륜 사실에 따라 운영되던 수업이 폐강되고 수강생이 줄어드는 등 금전적으로 피해를 본 것도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B씨로 인해 입게 된 피해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검토해볼 수 있다. 만약 B씨를 학원 광고모델로 활용하는 조건으로 이에 따른 비용이 지급됐다면 불륜 사실 확산으로 입게 된 사측의 이미지 훼손 등을 근거로 모델료 등 비용 반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외 확대손해라 할 수 있는 수강생 환불금이나 매출 감소 등에 대한 손해배상의 경우 인과관계 유무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문제로 인해 이와 같은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체결 시 해고사유 조항에 구체적인 기준을 둬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생 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계약서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법무법인 전문 대표인 권성은 변호사(연수원 37기)는 과거 법무법인 세종에서 대기업과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M&A거래와 여러 유형의 기업 자문을 수행했다. 현재는 중소기업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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