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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 사는 나무들

[동네북] <22> 박상진 '궁궐의 우리 나무'

동네북 머니투데이 들풀 동네북서평단 직장인 |입력 : 2016.10.2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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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궁궐에 사는 나무들
시골에서 태어났고, 도심지보다는 인근에 숲이 있는 곳에서 늘 살다 보니 오히려 나무에 대해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진 찍는 일이 좋아지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갔다. 요즘은 모르는 풀, 꽃, 나무가 보이면 인터넷 검색이나 도서관에서 도감을 찾아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궁궐의 우리 나무’ 이 책을 만났다. 서울의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에 자라고 있는 114종의 나무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는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수록 저자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여타 식물도감들은 전문가들만 알아들을 만한 어려운 용어에 딱딱한 문체로 표현돼 있고, 사진이 정교하지 않아 정확한 정보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다. 나무들도 그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들이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시가집, 농서, 문집, 의학서적 등과 일부 중국 고서에 기록된 관련 내용들을 연관 지어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를테면 ‘꽃은 달빛에 비추고 열매는 이태조의 화살에 떨어지다/돌배나무/Sand pear' 이런 식으로 표제가 붙고, 자세하고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선명한 사진이 함께 한다.

내용의 꼼꼼함과 더불어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건, 4대 궁궐의 건물 사이사이에 어떤 수종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지를 대동여지도처럼 자세하고, 보물지도처럼 흥미롭게 그려놓은 ‘나무 지도’가 별책부록으로 딸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한두 번씩 밖에 가보지 못한 각 궁궐의 구조도 채 머릿속에 다 넣지 못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길과 물길, 연못, 그 주변 녹지에 점으로 표시해 둔 나무들 이름까지 덤으로 보여주는 지도라니. 당장이라도 지도를 들고 궁으로 달려가 하나하나 대조해 보면 그 재미가 얼마나 쏠쏠할까.

남북한을 통틀어 이 땅에는 약 1000 종류쯤의 나무가 산다고 한다. 그 모든 나무를 다 아는 건 힘들겠지만 여기 수록된 114종의 나무들 모습과 이름, 얽힌 이야기만 알고 있어도 아마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모든 식물은 본래 이름이 있을 텐데 그 이름을 모른다고 잡초니 잡목이니 하며 우리의 무지와 무례를 그대로 드러내진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옛날에는 궁궐의 주인이 임금님이었는지 몰라도 지금의 주인은 긴 세월 뿌리내리고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이 아닐까 싶다.

궁궐에 사는 나무들
책을 받아든 날부터 흥미진진해서 한 번에 다 읽어보았지만, 이런 책은 현장에 직접 들고 가 활용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법이다. 가족이어도 좋고, 지인들이어도 좋겠다. 이미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기 시작할 시기라 지금은 늦은 감이 있고, 꽃과 잎이 무성해질 내년 봄이나 여름쯤 이 책을 옆에 끼고 좋은 사람들과 서울 고궁 나들이를 가 봐야겠다.

풀과 나무도 모르고 볼 때와 알고 볼 때는 모든 게 달라 보이던데, 학교에서 하던 딱딱한 공부와는 차원이 다른, 알게 되는 즐거움을 이런 독서를 통해 느지막이 배우고 있다.

◇ 궁궐의 우리 나무=박상진 지음. 눌와 펴냄. 537쪽/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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