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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력 강한 제주여성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자

[동네북]<29> ‘제주여성 속담의 미학’…제주여성의 일생

머니투데이 고혜련 동네북서평단 교수 |입력 : 2016.10.2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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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생활력 강한 제주여성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자
'제주여성 속담의 미학'은 제주여성들이 제주문화의 전승 주체가 되고 이들이 다른 지역 여성들과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지 구전문화(속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제주여성이 살아온 삶의 정체를 밝히고자 한 책이다.

생활 속에서 흔히 말하는 속담에는 사회제도와 의식이 그 저변에 깔려 있으며 각 시대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언어에 반영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제주속담은 50대에서 70대까지 제주 여성들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통과의례(출산의례, 성년의례, 혼례, 장례)와 관련된 속담, 여성의 위상을 드러내는 세시풍속 속담, 해녀 관련 속담으로 분류하였다.

제주여성은 일반적으로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강한 여성들인 것처럼 사회적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고대부터 지금까지 남성중심의 문화 안에서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제주속담, 금기어를 보면 여성차별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여성의 행동을 제약하고 비하하는 금기어와 관용구가 생활 속에서 전승되어 정형화된 것들이 보인다. 사회적 인식과는 달리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언어가 자의든 타의든 인간의 삶에서 여성비하적 성차별의 속담을 생성시켰고 아무런 비판 없이 빈번하게 듣고 사용해 왔으며 사회적으로 진실 아닌 진실로 고착된 것이다.

통과의례 중의 하나인 혼례에 관한 속담을 예로 들어보자. 혼인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통과할 때 수반되는 의례이다. 혼인의례는 시대를 막론하고 신성하게 치러야 할 의식이며 혹여 재앙이 닥칠 것을 염려하여 고대부터 통용되는 관습을 대부분 그대로 답습한다.

"아들 못나면 한집이 망하고 딸 못난 것은 양집이 망한다" 는 속담은 여성이 사회적으로 중요하기 보다는 딸에 초점이 맞춰져 딸을 가진 부모는 죄인이며 사회적으로 열등하다는 뜻이다. 또한 혼례는 경사스러운 일이므로 바느질하는 여성의 가정환경을 본다. “홀어머니가 신부의 첫 옷을 재단하면 나쁘고 신부 베개는 팔자가 센 사람은 꿰매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여성차별 속담은 “열 아들 말다고 안한다”하며 “딸자식은 피곡석만 못하다” 하였다. 이는 이미 아들이 여러 명이라도 딸을 낳으면 섭섭한 것이고, 딸은 가치가 없는 피곡식만도 못한 존재인 것이다. 즉 여성의 운명은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여성은 수동적으로 남성의 보조역할일 뿐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내포하는 속담들이다.

여성비하 속담에서 보면 “지넹이광 버렝이로 나당 버쳐사 여자로 난다” 와 "여자로 나느니 쉐로 나주"하였다. 즉 미물로 태어난 지네와 벌레, 그리고 소와 비교하여 여자로 태어난 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쓸모없으며 인격적으로 괄시와 천대를 받는 보잘 것 없는 삶이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해녀관련 속담을 보면, “딸은 나민 도새기 잡앙 잔치허곡, 아덜은 나민 발질로 조름팍 찬다.”하였다. 딸을 낳으면 돼지를 잡아서 잔치하고, 아들을 낳으면 발로 엉덩이를 찬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해안마을에서 해녀가 경제활동의 단위이며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딸을 선호했다는 것이고 노동력의 가치로써 대접이지 출생의 축복은 아니라고 한다.

또 다른 속담인 “잠년 애기 나 뒁 사을이민 물에 든다.” 는 것은 해녀는 아기 낳고 사흘이 되면 바다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즉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해녀는 산후조리를 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제주여성의 물질(해녀)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오로지 가정을 책임지고 생계와 자녀교육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일 뿐이다.

생활력 강한 제주여성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자

이상에서 살펴본 제주의 여성속담은 여성이 강인하고 생활력이 있다는 칭찬보다는 사회경제적 환경으로 인하여 가정과 경제를 책임지는 해안가 여자의 일생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여성차별을 나타내는 속담은 점차적으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여전히 가장 큰 문제는 여성들 스스로 자신을 비하시키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관습으로 내려오는 성차별 속담이 이제는 사회 안의 언어폭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제주여성은 남성에 대응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바라봐야 될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남성이 여자인생의 주체로 남게 될 뿐이다.

◇ 제주여성 속담의 미학=문순덕 지음. 민속원 펴냄. 448쪽/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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