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박근혜는 왜 실패했나

성공한 기업 CEO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제는 경영학의 고전이 된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 관련 저서나 구글 애플 알리바바 등 세계 최고 기업을 일군 경영자들의 자전적 글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들이 제일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다. 일보다 사람이 우선이며, 특히 적임자를 골라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또 성공한 CEO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선택했다면 그를 충분히 믿었고 재능을 발휘하도록 권한을 모두 넘겨준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는 한마디로 용인(用人)과 인사의 실패다. 물론 지난 4년여 동안 청와대 비서진이나 내각 참모들 중 적임자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자질과 양식을 갖춘 적임자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 하다못해 대통령 주치의까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이런저런 주사제 처방에 부정적이던 사람은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위대한 CEO 또는 성공한 경영자가 인재를 고를 때 제일 중시하는 것은 기술이나 전문적 지식보다 ‘품성’이라고 경영학의 구루들은 강조한다. 또 성공한 CEO들을 분석했더니 배경이나 스펙보다 타고난 품성이나 소양이 좋은 사람이 큰 성과를 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4년이나 버틴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이번 스캔들에 등장하는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보면 하나같이 근본 없는 막돼먹은 사람들이다.


품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 본인에게도 문제가 많다. 대통령을 가장 잘 아는 김종필 전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형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은 직역하면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두 복종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불교에서의 본뜻은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 스스로가 주인이라는 자각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이든 미르재단이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이었으면 이 나라는 그야말로 ‘정토’(淨土)가 됐을 것이다. 지금쯤은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만 아는 유아독존형 리더는 반성할 줄을 모른다. 반성을 모르는 리더나 CEO는 매우 위험하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CEO는 두 가지 상황에서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결정할 때와 실패할 때며, 특히 실패했을 때 리더는 주변 참모나 부하직원들 탓으로 돌리지 말고 분명히 “이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대한 리더, 성공한 CEO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가 끌어가는 조직이나 회사를 대단하게 키웠지만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고 멋진 삶을 산다는 점이다. 주변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적재적소에 이들을 배치한다면 일과 사생활의 균형은 결코 불가능한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안타까운 게 바로 이 대목이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공인으로서도 그렇지만 사생활 측면에서도 대단히 불행한 길을 가고 있다. 동생들과의 갈등은 그렇다 하더라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조카들조차 외면했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나이가 들수록 남는 건 가족뿐이다. 60세 이순(耳順)을 넘긴 대통령이 남은 20~40년의 세월이 안겨줄 그 외로움과 고독을 어떻게 견뎌나갈지 걱정이다.

경영학자들은 기업들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품성을 갖춘 리더보다 명성이 화려한 사람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이 딱 그랬고, 지금 그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