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제스님, 제14대 조계종 종정으로 재추대

대한불교조계종 제14대 종정(宗正)에 현 종정 진제(眞際·82) 스님이 재추대됐다.조계종 종정추대위원회는 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정추대회의를 열어 참석자 25명의 만장일치로 진제 스님을 제14대 종정으로 재추대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무운생령상(無雲生嶺上)하고 유월낙파심(唯月落波心)이라. 산마루에 구름이 걷히니 산봉우리가 드러나고 밝은 달은 물결 위에 떠 있음이로다."

진제(眞際·83) 스님이 제14대 조계종 종정으로 재추대됐다. 진제 종정은 종단 내 최고 권위를 가진 정신적 지도자로서 5년 간 대한불교조계종을 이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제14대 종정 추대법회'를 열고 진제 법원 대종사(승려가 된지 40년 이상인 스님에게 주는 조계종단 최고 법계)를 종정으로 추대했다. 이날 법회에는 종단 원로·중진 스님, 타종교계 지도자, 정·관계 인사, 주한외교사절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직무대행을 통해 "종정 예하께서는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사는 인류에게 대화합을 제시해오셨다"며 "최근 우리 국민도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서로 차이를 넘어 널리 화합을 이루라는 부처님의 원융무애(圓融无涯)의 가르침이 필요한 때"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진제 종정예하가 불기 2560년 부처님 오신날인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서 법어를 설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진제 종정과 자승 스님은 각각 법어와 봉행사를 통해 혼란스러운 시국에서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진제 종정은 법어를 통해 "작금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에서 갈등과 반목, 분열과 대립 속에 있습니다. 상호존중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자유와 평화는 반목과 대립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상호존중과 자비연민이 실현되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불교는 시대의 아픔인 갈등과 대립을 화쟁정신으로 치유하여 분열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국민통합을 이루고, 또한 어려운 이웃과 고통 받는 중생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동체대비의 대승보살도를 실천함으로써 이 시대에 부합하는 종교의 역할과 책무를 다하도록 합시다"라고 밝혔다.

자승스님은 "지난 겨울 우리는 거짓 없는 마음, 진실한 실천만이 나라와 국민의 희망이 될 것임을 함께 깨달았습니다. 고통 받는 중생을 향한 한 없는 자비심과 원력으로 헌신하는 지도자야 말로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진제 종정은 경남 남해 출신으로 1953년 석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8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67년에는 향곡 선사로부터 법을 인가 받아 경허-혜월-운봉-향곡의 정통법맥을 잇는 제79대 법손이 됐다. 이후 해운정사 조실, 선학원 이사장,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기본선원 조실, 봉암사 태고선원 조실 등을 역임했다. 2004년 대한불교조계종 대종사에 품서됐고 2012년에는 제13대 종정으로 추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