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새싹보리 '스타작물'된 사연보니?

-기능성 식품소재 연구로 '간 기능개선' 등 효과 등 규명…농가소득 및 수출 증대 견인차 역할
-소비량 감소에 한때 수매중단 위기 직면했던 '천덕꾸러기 작물'서 고기능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주목
만약 이 젊은 연구자의 '새싹보리' 연구가 없었다면 2012년 수매중단 위기에 직면했던 보리농가는 지금처럼 영농의지를 불태우지도, 소득증대라는 '과실'을 경험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서우덕 박사(42·작물기초기반과 농업연구사). 그의 집념어린 새싹보리 연구가 농가와 산업체의 소득을 견인하는 새로운 상생협력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보리이지만 국립식량과학원에 입사한 지 올해로 9년차인 서 박사에게 보리는 '풀이 아닌 약초'다. 비만, 고혈압, 간 기능 개선 등 현대인이 겪고있는 각종 성인병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고기능성 물질이 농축된 알짜 작물이다.

그는 2015년 '유효성분, 건강 기능성 및 최적 추출법 구명을 통한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 새싹보리내 유효성분의 비만·고혈압·간 기능개선 효능을 구명해 냈다.

서 박사가 확보한 원천기술은 새싹보리 추출물에 함유된 유효성분을 파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성분을 추출해 내는 신기술이다. 같은 해 정부 연구개발(R&D) 특허기술동향조사사업 성과사례 10선에 꼽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식품기업으로의 원천기술 이전을 통해 2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와 농가 계약재배 면적 확대(2014년 5ha→2015년 15ha→2016년 70ha) 등 소득향상에 이바지 하고 있다.

경상대 '95학번'인 그는 농화학과를 졸업한 2002년 동대학원에 진학해 천연물화학 석사(2004년)·박사(2007년)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영향연구부에서 한방식물체의 생리활성 물질에 대한 연구를 마친 그는 2009년 2월 국립식량과학원 신소재개발과에 입사, 농업연구사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가 소속된 작물기초기반과는 식량작물내 건강기능성을 구명하고 이를 산업화 소재로 개발해 냄으로써 농가와 기업체가 직접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의 '사포닌(saponin)'처럼 식량작물내 건강기능성 물질을 구명하고 그 물질이 우리 몸에 어떤 좋은 기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밝혀내는 데 관심이 많다.
그가 작정하고 '새싹보리' 연구에 뛰어들 게 된 것도 정말 우연이었다.

"2009년 2월 막 입사했을 때였어요. 당시 입사자들은 농진청 유관기관과 식량과학원 현장을 둘러보게 돼 있었는 데 남부작물부(밀양)내 포장(圃場)을 둘러보는 데 그 겨울에 얼지도 않고 새파란 잎을 보이고 있는 게 있었어요. 선배에게 물어보니 '보리잎'이라고 하더라구요. 궁금하잖아요. 보리잎이 겨울에 왜 안 얼어죽는지…하하"

그렇게 시작된 보리잎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 문헌과 영농현장에 대한 조사로 이어졌고,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보리잎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일본에서는 보리잎을 산업화해서 1조원 시장이 형성돼 있는 거예요. 산업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마어마한 거죠. 연구적인 측면에서 봐도 어떤 물질 때문에 안 얼어죽는 지, 또 어떻게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견딜수 있는 건지 밝혀내야 겠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새싹보리 연구가 잘 되면 해당 농가는 물론 보리산업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당시 보리수매를 폐지하겠다는 정부방침에 사기가 꺽인 보리 생산농가들에게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터였다. 새싹보리를 내기 위해서는 보리 원료곡을 많이 생산해야 하는 데, 그렇게 되면 농가들이 새싹보리로도 소득을 낼 수 있고, 원료곡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일거양득' 이었다.

그는 2015년 새싹보리 추출물이 알코올 분해효소인 아세트알데히드(ALDH) 발현을 약 2.4배 촉진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줄어들게 하고 간 기능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용 쥐 40마리를 대상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새싹보리를 먹인 쥐는 알코올만 섭취한 쥐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24%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리의 싹을 틔운 새싹보리에는 폴리코사놀, 플라보노이드 배당체 등 다양한 종류의 기능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중 간 기능 개선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진 사포나린 성분은 분말 100g당 1510mg이상 함유돼 있다. 특히 간 기능 개선 건강식품 우너료인 밀크씨슬(엉컹퀴) 추출물, 헛개나무 추출물과 비교할 때 새싹보리의 알코올성 지방간 개선효과가 약 1.5~1.8배 높아 산업화가 유망하다.

현재 서 박사의 연구 결과는 특허등록(제10-1483592호)을 마치고 기업체 14곳에 기술이 이전됐으며 농가의 재배면적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국립식량과학원은 지난 해 전남 영광군과 (주)노바렉스간 새싹보리 건강기능식품 개발 및 원료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원천기술을 이전받고 싶어하는 기업체들에 기술을 이전해 산업화를 돕고, 또 한편으로는 이들 기업이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농가와 기업을 직접 매칭도 해 줍니다. 농가는 생산작물을 팔데가 있어 좋고, 산업체는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서로 상생하도록 돕는 거지요"

현재 파급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리종자 가치는 kg당 902원 이었지만 새싹보리 분말은 400g당 5만6천원을 기록할 만큼 고부가가치 품목이 됐다. 보리종자 1kg을 파종하면 평균 새싹보리 분말 0.4kg이 생산 가능하다. 또 국내산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사용하게 돼 연간 3천억원에 달하는 수입대체효과도 이끌어 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새싹보리'와 관련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새싹보리를 정부의 '간 건강개선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형' 허가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식량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만약 허가대상에 등록된다면 새싹보리는 기존 헛깨나무 등과 같이 다양한 식품가공원료로 사용될 수 있어 농가소득에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새싹보리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간 기능 개선, 콜레스테롤 경감 효능을 밝히는 한편 새싹보리 전용품종 선발, 최적 재배기술을 개발해 농가와 산업체에 보급하고 있다.

서우덕 박사는 "앞으로도 국내산 보리품종을 이용한 새싹보리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형 제품을 개발하는 등 보리의 부가가치를 높여 농가소득은 물론 산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연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