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삼성증권 등 초대형 증권사, 금산분리 적용해야"

발행어음으로 사실상 수신업무가 가능해진 초대형 증권사도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이 금융회사의 의결권 지분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이 4%를 넘는 증권사는 없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국회와 문재인 정부에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가 가능해진 초대형 증권사도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초대형 증권사도 은행과 비슷한 수신 업무를 할 수 있게 됐으니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을 4% 이내로 제한해 산업자본이 증권사를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통해 오는 7월부터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발행어음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1년 미만의 금융상품으로 약정금리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예금과 비슷하다. 자기자본이 8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고객예탁자금을 통합, 운영해 고객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IMA도 허용하기로 했다.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이고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아직 없다.

이에 대해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증권사도 사실상 은행처럼 예수기능을 갖고 대출이 가능해진 만큼 금산분리 적용기준을 ‘업종’에서 ‘금융회사의 실제 업무내용과 규모, 역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할 수 있지만 자본시장법은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하고 있다. 발행어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도 증권사에서 가능한 대출은 자기자본 규모로 제한된다는 뜻이다. 다만 IMA는 신탁으로 운용돼 기업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IMA는 한도 규제도 없어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증권사가 출현하면 기업대출을 두고 증권사와 은행간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수도 있다.


은행연합회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의 금산분리 원칙 강화에 부합된다. 새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 준수와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통합감독 시스템은 금융지주사는 아니지만 금융계열사를 2곳 이상을 거느린 금융전업그룹, 금융계열사와 산업계열사를 모두 거느린 금산복합그룹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