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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래틀과 베를린 필이 들려준 것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11.2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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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혁신성·전위성과 대중성·보편성의 조화와 균형이다. 가장 혁신적이고 전위적인 게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과 현실, 진보와 보수의 문제만큼이나 조화하고 절충하기가 어렵다.

지난 2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마지막 내한공연 중 둘째날 공연의 레퍼토리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페트루슈카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 그리고 한국의 전위적 작곡가 진은숙의 ‘코로스 코르돈’이었다. 헝가리의 아방가르드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의 제자 진은숙은 차치하더라도 동시대를 산 스트라빈스키나 라흐마니노프처럼 전위성과 대중성의 문제를 깊이 고민한 경우도 흔치 않다. 특히 두 사람은 이 문제에 있어 너무 대조적이다.

스트라빈스키는 쇤베르크 등과 함께 20세기 초중반 전위파 음악의 기수다. 그의 대표작 불새, 봄의 제전, 페트루슈카 모두 전위적이다. 특히 여성을 제물로 바치는 봄의 제전은 초연 당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스트라빈스키는 삶 자체도 전위적이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으로 망명해 뉴욕에 살면서 유행의 최정점에서 놀았다. 저명인사들과 파티를 즐겼고 세계적 디자이너 코코 샤넬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아방가르드적이었던 스트라빈스키에 비해 라흐마니노프는 스승인 차이콥스키의 영향 등으로 고전적이고 대중적이며 전통적이었다. 20세기 초중반 세계 예술의 흐름이 전위적으로 크게 기울었기 때문에 라흐마니노프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이렇게까지 고백했다. “나는 낯선 세계를 헤매는 유령이다. 옛날 방식을 포기할 수도 없고, 새 방식을 배울 수도 없다. 나는 오늘날의 음악양식에 공감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터득할 수가 없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혁신적이고 전위적인 스트라빈스키가 아닌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라흐마니노프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작 피아노협주곡 2번과 3번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나 불새, 페트루슈카보다 훨씬 더 사랑받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혁신적이며, 가장 보편적인 것이 가장 영원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가르쳐준다.

역사적 판정과 달리 이번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필 내한공연에서 승자는 라흐마니노프가 아니라 단연 스트라빈스키였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압도했다.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에마누엘 파후드(플루트) 벤젤 폭스(클라리넷) 등 베를린필의 스타급 연주자들이 끌어가는 목관파트의 화려한 음색과 기교는 페트루슈카를 최고의 음악으로 만들고도 남았다. 이에 비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은 웅장하게 끝나는 피날레 대목을 빼곤 전혀 인상적이지 못했다.

2002년부터 15년간 베를린필을 이끈 사이먼 래틀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베를린필을 떠난다. 그는 베를린필의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세계 최정상에 있는 어떤 오케스트라들보다 독일 정통의 고전음악은 물론 아방가르드적이고 혁신적인 현대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틀에 걸친 서울에서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극단적인 것들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각자의 반대자들로 변해간다. 21세기 음악의 큰 흐름은 대융합이다. 아방가르드적인 것과 대중적인 게 통합되고, 모더니즘과 포퓰리즘이 화합하며, 궁극적으로는 클래식 음악과 팝 음악이 하나가 된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혁신과 수구가 맞서고 갈등하는 우리 사회에 베를린필을 떠나는 사이먼 래틀이 던진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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