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삼성이 말 소유…삼성 모르게 교환하려 했다"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 4인의 뇌물공여 등 항소심 15회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12.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삼성의 승마지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느냐를 가를 '말 소유권'에 대해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입을 열었다.

최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과 달리 말 소유권이 처음부터 삼성에 있었다며 의혹을 반박했다. 또한 말 교환계약 추진은 삼성 모르게 자신이 한 것으로 나중에 얘기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1심에서는 최씨가 증언을 거부하면서, 1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에 대한 판단에 있어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정유라의 증언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최씨가 이날 입을 처음으로 열면서 말 소유권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증인으로 나온 정유라 씨가 "엄마가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말했다"고 한 부분을 결정적인 증언으로 보고 승마지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최씨는 20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등 5명의 항소심 공판에 나와 위같이 증언했다. 최씨는 삼성의 승마지원은 정유라만을 위한 지원이 아닌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계획한 '로드맵'에 따른 것일 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딸 정유라를 부탁한 적도 없고 그런 것을 들어주는 분도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 측 권순익 변호사가 "사실은 정유라만을 위한 가장계약이 아니었냐"라고 질문하자 최씨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럴거면 몰래 받으면 되지 왜 이렇게(컨설팅 회사 설립하면서) 했겠느냐"며 "그정도로 바보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공주승마 논란으로 상처를 받았던 딸을 생각하면 겨우 말 두마리 갖고 자신이 엄마로서 위험한 행동을 하겠느냐는 주장도 내놓았다. 최씨는 "겨우 말 두마리 갖고 내가 또 시끄럽게 하겠느냐. 그럼 애를 두번 죽이는 건데…"라고 말했다.


또 최씨는 자신의 딸인 정유라만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이 나선 것 아니냐고 묻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몰고 가지 말라. 아무리 뇌물로 뒤집어 씌우려 해도 그렇지"라고 수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실, 1심 유죄 끌어낸 박원오의 "말 사준다고 했지 빌려준다고 했냐" 진술 반박

1심 핵심 진술인 박원오 증언의 신빙성 논란이 이날도 반복됐다.

최씨는 "'이재룡(용)이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는 말을 최씨로부터 들었다고"고 한 박원오의 진술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이재용을 재판에서 처음 봤다. 왜 박원오가 말을 지어내는지 모르겠다"고 격분했다.

박씨의 위 진술은 1심이 삼성이 말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판단을 내리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는데, 최씨가 이를 "허위진술"이라고 부인한 것이다.

승마계에 발이 넓은 박원오가 삼성의 승마지원을 받아내려 대통령과 친한 자신을 끼워넣어 팔았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박원오가 다 짠 승마 계획이고 박원오의 말에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대한승마협회장)이 속은 사기극"이라며 "나도 박원오에게 이용당한 것"이라고 했다.

말 소유권이 삼성에 있다는 증언도 여러차례 했다. 최씨는 "차량과 마필은 전적으로 삼성 소유로 계약이 돼있고, 삼성은 로드맵에 따라 승마 지원을 했다"며 "말 '비타나'와 '라우싱'을 계약하기에 앞서 '카푸치노'라는 말을 추천받았는데 소유권을 갖게 될 삼성이 보험 계약을 위해 수의사 체크 등을 실시했는데 말 상태가 좋지 않아 취소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삼성에 말 사는 것을 검토해달라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제가 산다고 해서 사는 게 아니라 말 보험회사가 모든 걸 체크하고 그런 절차가 없다면 살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슷한 공방이 계속 반복되자 최씨는 "특검은 독일을 갔다 오든가 말을 좀 연구하라"며 특검과 기싸움을 벌였다.

최씨는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의 승마지원이 정유라만을 위해 계획되고 이뤄졌다는 특검 주장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최씨는 "꼭 정유라만 타는 말이라고 할 수 없고 (다른)선수들이 타는 말"이라며 "당시 아시안게임이라 선수들이 많이 왔고 중국과 일본도 (시합 앞두고)말을 계약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사회가 처음 안을 만들고 최순실 측근인 박원오가 작성을 주도한 '중장기 로드맵'은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올림픽 출전 등 승마계 발전을 위해 마장마술과 장애물 종목에 각각 선수 3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마장마술 선수 3명 중에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포함돼 있다. 삼성은 이 로드맵과 관련해 정유라를 몰래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로드맵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설 유망주를 뽑아 후원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삼성이 정씨 종목인 마장마술 등에 186억원을 지원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그러나 선수 선발 등 공정성 문제가 불거져 실현되지는 못했다.

특검이 1심때부터 주장해온 말세탁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최씨는 삼성 모르게 한 일이라고 증언했다. 최씨는 "2016년 9월 비덱스포츠(승마 전지훈련 용역회사로 코어스포츠의 후신) 명의로 (독일 말 중개상) 헬그스트란드와 말 교환 계약을 맺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있지만 삼성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며 "(사려고 한 말 매매 건이) 급하게 나와서 할 시간이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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