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방향]부동산 '마지막카드' 꺼내나… 보유세 개편 공론화

정부가 내년 부동산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본격 공론화하고 나섰다. 다만 정치권과 정부 부처간 입장을 조율해 구체화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7일 발표한 '2018 경제정책 방향'에서 다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세 개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보유세는 공평과세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에 마련할 조세정책 방향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보유세 인상에 대해 신중론을 거듭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해 소득이 없는 이들에게도 고율의 세금을 매기자 강력한 여론의 역풍을 맞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2 대책만 해도 '역대급 규제'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보유세 인상은 제외됐다. 참여정부 때 부동산 규제를 주도했던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신중하게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보유세 인상론에 불을 지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제는 보유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정부 사이드로 확대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만 해도 "부동산 투기를 막는 대책으로 보유세를 올리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지만 지난달엔 "시행한다면 어떻게 할지 다 준비해 놨다"고 말하면서 다소간의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올해 이뤄진 소득·법인세율 인상과 같이 정치권과 일부 정치인 출신 장관이 주도한 증세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때부터 명목세율 인상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세법개정안에 추미애 대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주도로 세법 개정안에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 인상안이 담기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현행 부동산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의 세율과 과표 구간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복원하거나 지방세인 재산세의 일부 과표 구간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법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설치되는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여론을 수렴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과세를 적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19년부터 모든 임대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근로자, 영세사업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등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 지원도 강화한다. EITC는 지난 9년간의 운영 성과를 평가해 연령과 소득 재산 요건, 지금 수준 등을 개편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안정적인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가상통화 과세 방안을 마련하고 역외세원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