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새해 첫 과제 '조선업 살리기'… 혁신성장·구조조정 투트랙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문재인 정부의 새해 첫 과제인 ‘조선산업 살리기’의 방향타를 잡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액션플랜을 혁신성장과 구조조정으로 이원화해 추진하기로 했다. 위기의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혁신성장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산업논리를 반영한 부실기업은 ‘핀셋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시키는 게 핵심이다. 일각에선 지방자치단체선거를 앞두고 산업논리가 결국 정치논리로 흐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올해 가장 먼저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산업은 조선업이다. 실제 내용은 ‘정리’보다는 ‘회생’에 쏠려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새해 첫 일정으로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은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낸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조선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와 조선소 존치를 공약하기도 했다.

방향타는 일단 산업부가 잡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에서 그동안 구조조정이 금융논리에만 치우쳤다는 반성과 함께 산업논리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구조조정의 키플레이어가 금융위원회에서 산업부로 넘어온 것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구조조정에서 산업부가 좀 더 역할을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산업부는 ‘조선업 살리기’를 혁신성장과 구조조정으로 이원화해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혁신성장방안은 조선업 자체를 발전시킬 전략이 있느냐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은 개별 회사가 있기 때문에 또 조금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산업부의 조선업 혁신성장방안은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다. IMO(국제해사기구)의 선박 환경·연비 규제 도입 추진으로 주목받는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LNG벙커링선 등 친환경 선박을 공공발주하고 노후 선박의 친환경선 조기 교체를 추진해 조선업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로 삼는다는 것이다. 조선-해운 상생협의체를 확대 개편해 선박발주·연구개발(R&D)·실증·금융 등 실증 프로젝트를 적극 찾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부문의 경우 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지원 확대도 추진한다. 산업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빠르면 1월, 늦어도 2월 중에는 조선업 혁신성장방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은 정밀 진단을 거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조선업 혁신성장방안 발표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와 조선협회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에 대한 컨설팅 기관으로 삼정KPMG를 선정했다. 삼정KMPG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현장 실사에 돌입한다. 특히 이번 컨설팅은 자산과 현금흐름, 수익률 등 금융 측면에 집중된 과거 실사방식과 달리 기술력과 고용, 조선업 및 지역경제 영향 등 산업적 측면을 종합해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구조조정방안을 확정한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일단 살리고 보자’는 방식에 대해 걱정한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4차례, 성동조선해양도 2차례에 걸쳐 실사를 거듭 진행하는 게 두 기업의 생존논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이 경우 세금을 투입해 두 회사를 살리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도 어렵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처가 생기면 다른 곳에 옮기 전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치료하는 게 중요한 것처럼 구조조정도 부실 징후가 있으면 최대한 빨리 조치해 경쟁력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경우 오히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