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청년실업률 사상 최악, 최저임금 인상 여파 '가시화'(종합)

실업자수가 7개월 만에 100만 명 이하를 기록한 가운데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 학생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실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만1,000명이 감소한 96만 3000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년실업률은 9.3%로 0.1% 상승했다. 2017.8.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특히 구직 수요가 몰린 20대 후반 청년은 지난해 실업률이 상승하고 고용률은 하락했다. 실업자가 늘지만 직장을 구한 사람은 감소한 전형적인 '경기침체기 현상'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3년 만에 3%대를 회복했지만 청년 앞에선 거리가 먼 얘기였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7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1%포인트 상승했다.


구직자가 많은 25~29세 청년 실업률로 좁혀보면 전년보다 0.3%포인트 오른 9.5%로 조사됐다. 25~29세 실업자 수는 24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2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25~29세 고용률은 68.7%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25~29세 인구가 8만7000명 늘어난 반면 취업자 수는 2만9000명 증가에 그쳐서다. 25~29세 실업률이 오르고, 고용률이 내려간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이 오르더라도 고용률까지 동반 상승하면 부정적 지표로 보진 않는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이 늘고 이들을 받아주는 회사도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면 실업률 상승, 고용률 하락은 경기침체기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기업 채용 여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서다.


지난해 청년 고용이 최악이었던 원인도 기업 신규채용과 연계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주요 기업들은 신규 채용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다. 2016년 수출 부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가 남아 있어서다. 올해 하반기 들어 경기가 회복했지만 신규채용을 확 늘릴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5일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한 경비원이 경비업무를 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비원 전원이 해고되는 등 근로자들이 임금인상보다 고용불안을 먼저 체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올해부터 경비원의 임금을 올리는 대신 점심·저녁시간과 야간 휴게시간을 총 10시간 30분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2018.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내수, 제조업 부진 영향도 있다. 숙박·음식점업, 제조업 생산직 일자리의 경우 고등학교나 전문대를 졸업한 청년의 구직 수요가 크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관광객 감소, 산업 구조조정으로 고졸, 전문대졸 청년 일자리 역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현상 역시 고용 상황을 악화시켰다. 잠재적 실업자인 공무원시험 준비생은 원서를 넣고 시험을 응시할 때마다 실업자로 포함된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2016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부진하면서 청년 고용이 특히 안 좋다"며 "일자리 중 제일 늦게 풀리는 게 신규채용인데 대기업 사무직종은 일부 개선됐지만 다른 부분으로 온기가 퍼질 정도는 아니다 보니 청년 실업이 부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실업자 수는 102만8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실업자 수는 2016년 이후 2년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청년과 함께 60세 이상 실업자(1만5000명)가 크게 늘었다. 일자리 사업 확대로 고용 시장에 나온 노년층이 늘면서 실업자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만 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5만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 수준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30만명 선을 밑돌았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15만1000명 줄었다. 전월(9만8000명)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업종별로 봐도 숙박 및 음식점업(-4만9000명), 사업시설관리및사업지원서비스업(-9000명) 등의 산업이 부진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2011년 5월(-7만1000명)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두 산업은 경비원, 음식점 종업원 등이 포함된 직군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동향과장은 "임시·일용직의 경우 건설업 고용이 많이 감소했고, 숙박 및 음식점업은 지난 5월까지 5년 6개월 간 증가세였던 데 따른 조정 국면이 반영됐다"며 "최저임금 영향은 올해부터 임금이 올랐기 때문에 이달 지표와 함께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