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특활비, 불법사찰 입막음 의혹' 수사 속도…檢, 윗선 밝힐까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입막음용 돈' 전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8.1.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과거 검찰이 2차례 수사에도 불구하고 윗선의 개입 여부를 밝혀내지 못한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전 수사에서 밝히지 못한 핵심 의혹에 대한 새로운 진술이 쏟아지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전모가 밝혀질 지와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22일 오전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소환했다. 전날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검찰은 민간인 사찰에 국가정보원의 특활비가 사용된 것인지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원세훈 원장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업무상 횡령)로 지난 16일 구속했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이 돈을 장 전 비서관과 류 전 관리관을 거쳐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지난 2012년 3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개입을 폭로하며 장 전 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는 설명과 함께 류 전 관리관으로부터 5000만원을 관봉(한국조폐공사가 발행한 신권을 비닐로 포장해 한국은행에 납품한 뭉칫돈)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2011년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사건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 중이던 장 전 주무관과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생활고를 돕기 위해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비서관은 자금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목영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소환해 조사했고 21일에는 류 전 관리관을 불러 22일 새벽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펼쳤다.

류 전 관리관은 지난 2012년 검찰 조사에서 5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직원들이 모아 준 돈", "장인이 마련해준 돈"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조사에서 과거의 진술을 번복하고 류 전 관리관은 장 전 비서관으로부터 관봉 5000만원을 받아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관리관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날 장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장 전 비서관은 과거 검찰 조사에서 돈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부인해왔다. 당시 검찰은 돈의 출처를 명백하게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해야 했다.

류 전 관리관에 이어 장 전 비서관도 진술을 번복할 경우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검찰의 칼날이 과거 조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던 윗선을 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김 전 비서관과 장 전 비서관의 상관으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도 검찰 수사망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권 전 장관의 소환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이 전 대통령이 모든 내용을 보고 받았는지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혐의로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2018.1.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의혹은 민간인 사찰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이자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기획관이 받은 돈이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구입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검찰 수사팀은 현재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부분이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미화 10만달러를 받아 2011년 방미를 앞둔 이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자금을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이 아니라 청와대 관저에서 근무하는 여성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국정원 자금을 받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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