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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이팔성 스캔들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8.04.0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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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이명박(MB) 전 대통령 일가에게 전달했다는 22억5000만원은 금융인이 권력자에게 준 돈치고는 유례가 없는 거액이다. 이팔성과 비슷한 시기에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당시 금융권 실세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게 전달한 돈도 3억원에 불과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여러 차례 이팔성이 MB 측에 거액을 바친 사건은 큰 금융스캔들임에 틀림없다.

‘스캔들’의 주인공 이팔성은 MB의 고려대 후배다. 대학 시절엔 MB와 인연이 없었다. 이팔성을 MB에게 소개해준 사람은 MB가 서울에 올라와 어렵게 대학을 다니던 시절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도와준 MB의 대학동창 A 전 우리은행 본부장(한일은행 출신으로 이팔성의 2년 선배)이었다. A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MB를 소개해준 건 난데 어느 날 보니 나보다 이팔성이 MB와 더 가깝게 지내더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팔성의 엄청난 친화력과 저돌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팔성은 옛 한일은행 출신으로 차장 시절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오래 근무했다. 이팔성이 일본에 아주 정통하다는 점은 이번 스캔들과 관련해 눈여겨봐야 한다. 이팔성이 기업영업이 핵심인 남대문지점장과 한일은행 본점 영업1·2부장을 역임한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과 일본’은 이번 스캔들을 푸는 열쇠다.

이팔성이 MB 측에게 전달한 22억5000만원 가운데 상당액을 10조원에 가까운 여신을 투입했음에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에서 조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팔성이 기업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팔성이 한일은행 출신 부회장을 둔 성동조선으로부터 22억5000만원 전부를 받은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이 다른 자금조달 창구로 의심하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2014년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600억원의 부당대출 및 국내로의 거액자금 유입 의혹으로 조사를 받던 전 도쿄지점장 K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K씨는 이팔성이 아낀 한일은행 후배였고, 이팔성은 우리금융 회장 재직 시절 도쿄를 수십 차례 드나들었다고 한다. K씨의 자살로 금감원 조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팔성이 MB 측에게 전달한 자금의 일부를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관련 국내로 반입된 리베이트와 연계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몰론 이팔성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은 이 같은 의구심에 대해 무혐의 처리된 일이고, 근거 없다며 일축한다.

2013년 MB정권이 끝나자 이팔성도 우리금융 회장직에서 물러나지만 얼마 뒤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2년여 있었고 뒤이어 현재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에 적을 두고 있다. 고위관료 출신도 아닌 금융인 이팔성이 국내 유명 로펌을 옮겨다니며 오랜 기간 자리를 보전한 것도 특이한 일이다.

직업은 금융인이었지만 정치인에 가까웠던 이팔성은 대한민국 금융사에서 권력 핵심에 가장 가까이 갔던 금융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가 최고 권력자에게 전해준 수십억 원의 돈도 돈이지만 대통령보다 더 센 ‘대통령 당선인’을 여러 차례 만나고 양복과 코트까지 맞춰 입히고 명품백에 현금을 넣어 전달하는 장면에서는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는 박근혜정권의 최순실이 연상되기까지 한다.

초로 만들어진 날개를 달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가 너무 높이 날아올라 태양열에 녹아 추락한 것처럼 권력의 핵심까지 접근했던 이팔성도 추락만이 그의 운명이었을 것이다. 이팔성은 정치금융·관치금융으로 점철된 우리 금융사의 비극이다. 금융인이라면 정치권력에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는 안되고, 권력도 금융을 가까이 불러들여서는 안된다는 것, 이팔성 스캔들이 던지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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