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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쇼군' 쓰러뜨린 검찰이 몰락한 이유

[the L]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록히드 사건' 다나카 前총리 구속한 '영웅' 도쿄지검 특수부, 정권 실세 봐줬다 신뢰 상실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입력 : 2018.04.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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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쇼군' 쓰러뜨린 검찰이 몰락한 이유

1976년 7월26일,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전격 체포했다.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로부터 5억엔(약 50억원)의 뇌물을 받고 전일본공수(ANA)에 록히드의 항공기를 사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였다. 일본 정계를 발칵 뒤집은 이른바 '록히드 사건'의 서막은 그렇게 올랐다.

검찰이 전직 총리를 체포한 건 일본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비록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다나카였지만 여전히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거느린 '어둠의 쇼군'이었다. 검찰은 그해 8월 다나카 전 총리를 뇌물수수 및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983년 1심 법원은 그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5억엔을 선고했다. 뇌경색으로 투병하던 그는 확정 판결을 보지 못한 채 1993년 세상을 떴다.

검찰이 '어둠의 쇼군'과 일전을 벌이던 당시는 일본 검찰이 역사상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그 중심에 도쿄지검 특수부가 있었다. 일본 검찰은 특수부를 전국 250여개 지검·지청 가운데 딱 3곳에만 두고 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지검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 권력층의 비리를 수사하는 도쿄지검 특수부는 일본 검사들 가운데 최고 엘리트들만 갈 수 있는 '영광의 부서'였다.

록히드 사건에 이어 권력의 폐부를 찔러 다케시타 노보루 내각을 붕괴시킨 1988년 '리쿠르트 사건'까지 거치면서 도쿄지검 특수부는 '열도의 영웅' 반열에 올랐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는 하늘을 찔렀고, '정의의 사도' 검찰에 대한 기대는 날로 높아졌다.

그러나 높은 기대는 때론 독이 된다. 2010년부터 도쿄지검 특수부는 몰락의 길에 접어든다. 당시 정권 최고 실세였던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이 정치자금을 허위기재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무뎌진 검찰의 칼에 일본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 오사카지검 특수부에선 검사가 증거를 조작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한 검찰 출입기자는 그해 ‘도쿄지검 특수부의 붕괴'란 책을 통해 “증거가 있으면 기소하던 검찰 특수부가 시나리오를 설정해 조작하는 집단으로 변질했다”고 질타했다.

자연스레 일본 검찰을 향한 개혁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2010년 11월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검찰제도개혁회의가 출범했다. 회의에선 급기야 특수부 폐지까지 논의됐다. 특수부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인원 축소는 피할 수 없었다.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모든 검찰 조사의 영상 녹화도 의무화됐다. 그러나 일본 검찰의 진짜 비극은 따로 있었다. 이젠 누구도 검찰을 더 이상 '정의의 화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은 사실상 임무를 완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재판에 넘겼다. 이로써 '적폐청산'은 1라운드를 마쳤다. 그 중심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 검찰의 특수라인이 있었다.

그러나 높은 기대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거악 척결'에 성공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죽은 권력'이었다. 과연 살아있는 권력에도 검찰은 똑같이 칼을 겨눌 수 있을까? 살아있는 권력 앞에 고개를 숙였다 몰락한 일본 검찰의 전철을 우리 검찰은 밟지 않을 수 있을까?

강원랜드 채용비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 사건 재수사에서 드러난 지난 정부 검찰의 모습은 죽은 권력을 난도질하는 지금의 검찰과는 사뭇 다르다. 같은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모습이 달라진 건 검찰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되기 무섭게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불이 붙었다. 한마디로 '검찰 힘빼기'다. 검찰은 '토사구팽'이라며 반발한다. 검찰이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종결권을 계속 쥐고 있고 싶다면 검찰 스스로 증명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정치 검찰'이 아니라고. 그게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동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검찰의 모습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4월 12일 (05: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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