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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개심사에 가면 청벚꽃이 있다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머니투데이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입력 : 2018.05.0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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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개심사 왕벚꽃./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활짝 핀 개심사 왕벚꽃./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4월 말이나 5월 초에 개심사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꽃을 보러 간다. 꽃 중에도 벚꽃 구경이 목적이다. 5월에 벚꽃이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개심사의 왕벚꽃은 요즘이 절정이다. 아니, 어느덧 절정이 지났다. 그래서 지각 안내가 되고 말았다. 그만큼 개화시기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에는 어린이날을 전후해서 꽃이 가장 화려했는데 갈수록 일찍 핀다고 한다.

왕벚꽃은 겹벚꽃을 흔히 부르는 말로, 일본에서 산벚나무를 육종(育種)해서 만든 품종이다. 꽃잎이 여러 겹이어서 일반 벚꽃보다 훨씬 크고 소담스러워 보인다. 가지마다 풍성하게 꽃을 매달아 조금 떨어져서 보면 마치 꽃구름을 보는 것 같다. 개화 시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4월 중순 이후 피기 시작해서 5월 초까지 볼 수 있다. 즉, 일반 벚꽃이 지고 난 뒤 피는 꽃이다. 국내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개심사 왕벚꽃은 특히 유명하다.

그 왕벚꽃을 보러 개심사로 간다. 내가 '고즈넉한 절집' 중 하나로 꼽는 곳이 개심사지만, 이 시기에는 그런 기대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해미 읍내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돼 개심사로 향하는 2차선 도로가 꽉 막혀있다. 평상시보다 수십 배, 수백 배의 차가 한꺼번에 몰려온 것 같다. 이런 땐 느긋하게 마음먹는 게 좋다.

오래 기다린 끝에 임시 주차장에 차를 댄다. 개심사로 오르는 길도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하지만, 그래도 숲길로 접어드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오른쪽에는 냇물이 졸졸졸 소리 내며 흐른다. 늘 느끼는 거지만 산길에서 만나는 냇물은 마음의 때까지 씻어줄 것 같다. 왼편에는 아름드리 노송들이 오가는 사람을 굽어보고 있다, 솔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듯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 계절은 눈을 어디에 두어도 녹색의 잔치다. 심장까지 푸르게 물들 것 같다.

명부전 앞의 청벚꽃./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명부전 앞의 청벚꽃./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입구에서 개심사까지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 걸어서 15분 정도, 등에 땀이 조금 배일 만한 거리다. 돌계단을 지나 숨이 조금 가빠질 무렵 절 입구에 닿는다. 연못이 가로지른 절 바깥마당에도 계단에도 꽃구경 온 사람들로 빈틈이 없다. 나무다리를 건너 돌계단을 오른다. 맨 먼저 만나는 건물인 안양루 옆길은 왕벚꽃이 화려한 잔치를 벌이고 있다. 꽃 하나하나가 얼마나 탐스러운지, 마치 나무마다 분홍빛 솜사탕이 매달린 것 같다. 그 꽃그늘 속에서 모두 환한 얼굴이다.

'마음을 연다'는 뜻의 개심사(開心寺)는 서산 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고졸하면서도 아름다운 절이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象王山)에 깃들어 있으며, 사적기에 따르면 651년(의자왕 11) 혜감국사(慧鑑國師)가 창건하고 개원사(開元寺)라 하던 것을 1350년 처능(處能)이 중창하며 개심사로 고쳤다고 되어 있다.

사람의 숲을 헤치며 심검당으로 간다. 개심사에 올 때마다 대웅전 부처님보다 먼저 찾아 인사하는 것이 심검당의 허리 굽은 기둥들이다. 종무소와 요사채로 쓰이는 심검당은 조선 초에 지어진 건물로 당시의 건축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라고 한다. 굽은 나무를 그대로 사용해 그 자연스러운 모습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굽은 기둥들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읽고, 그 시간을 살다간 이들의 마음을 읽는다. 수리하면서 발견된 상량문에 의하면 이 심검당이 개심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곧 법회가 열리는지 준비를 하느라 대웅전 앞마당이 분주하다. 대웅전에는 올라 가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마당을 빠져나온다. 안양루 마루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떡과 차를 나눠주고 있다. 어디든 발 닿는 곳이면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이제 꽃을 감상할 차례다. 꽃은 지나가면서 힐끗 보는 대상이 아니다. 그 앞에 혹은 아래에 서서 오래 들여다보고, 향기도 맡아보고, 귀도 기울여 봐야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이 많이 조금 번잡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 있는 꽃이 어디 갈까. 오래 서서 흠뻑 취한다.

걸음을 명부전 쪽으로 옮긴다. 이곳은 조금 한적한 편이다. 하지만 개심사에서 진짜 귀한 꽃은 이곳 명부전 앞마당에 있다. 바로 청벚꽃이다. 모르고 오는 사람들은 왕벚꽃만 보고 그냥 가는 경우도 많다. 꽃모양은 왕벚꽃과 같지만, 주로 옅은 분홍색인 왕벚꽃과 달리 푸르스름한 빛의 꽃이 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오랫동안 꽃그늘 속을 서성이며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절에 와서 꽃만 보고 갈 수야 있나. 여기저기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아 걷는다. 왕벚꽃, 청벚꽃이 모두 진 뒤에는 다시 고즈넉한 절로 돌아오겠지. 그때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온다.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개심사에 가면 청벚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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