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79조 '메가빅딜' 디즈니의 폭스 인수 승인

미국 법무부가 713억 달러(약 78조8935억원)에 달하는 메가빅딜인 월트디즈니의 21세기 폭스 인수를 승인했다. 다만 폭스의 지역스포츠 네트워크를 매각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월트디즈니는 이로써 대형 케이블업체인 컴캐스트와 경쟁을 벌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의 21세기 폭스 인수전에서 사실상 승리를 굳히게 됐다. 컴캐스트는 인수가 상향을 위해 다른 기업 및 사모펀드와의 협력을 추진 중이지만, 판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는 당초 지난해 11월 21세기 폭스의 영화와 TV사업 등 주요 자산을 524억 달러(57조9806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컴패스트가 이보다 높은 현금 650억 달러(71조9225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디즈니는 지난 20일 당초 제시한 인수가에 비해 35%나 늘어난 713억 달러를 새로운 인수가로 베팅했다.

디즈니가 인수할 폭스자산은 △21세기폭스영화사와 TV스튜디오, △FX와 지역스포츠채널을 포함한 미국 케이블TV네트웍스, △스카이PLC·스타인디아 등 국제방송 자산, △폭스가 보유한 스트리밍서비스 훌루 지분 3분의 1 등이다. 폭스뉴스와 폭스스포츠1, 폭스방송네트워크는 인수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자산은 새로운 법인으로 분리될 예정이다.

법무부의 승인조건에 따라 지역스포츠캐널을 매각하더라도 디즈니는 이번 인수의 핵심 타깃이었던 영화사와 TV스튜디오, 훌루지분 등 폭스의 주요 자산을 계획대로 인수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디즈니의 폭스 지역스포츠 네트워크 인수는 케이블 업체의 스포츠프로그램 가격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즈니는 22개 스포츠 네트워크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디즈니는 폭스 인수를 통해 내년 출시를 준비 중인 자체 스트리밍서비스를 강화하고, 넷플릭스와의 직접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디즈니는 90일 이내 스포츠네트워크를 매각하고 폭스인수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거 이동하는 미디어 빅뱅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합병에 이어 디즈니의 폭스 인수까지 완료될 경우 미디어콘텐츠시장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한편 디즈니의 주가는 이날 법무부의 인수승인 발표 이후 1.1%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