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채 중 1채 빈집… '시한폭탄' 中부동산

/사진=블룸버그

중국의 주택 5채 중 1채가 빈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투기 수요 증가가 원인으로 꼽히는데,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 이는 시장을 무너뜨리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서남재경대학교 간 리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역 363개 도시의 주택 공실률은 22%인 것으로 조사됐다. 5000만채가 넘는 규모다.


중국의 이 같은 공실률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13.5%), 대만(14.2%), 미국(12.7%) 등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미친 집값'으로 유명한 홍콩의 주택 공실률은 3.7%에 불과하다.

중국에 빈집이 많은 이유는 실수요자보다 투기 세력이 주택 매입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자 투기꾼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이 다시 가격 상승을 부추기면서 실수요자들이 밀려나 빈집만 넘치게 된 것이다. 2013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중국 베이징 집값은 53% 상승해 전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투기 수요가 늘면서 첫 주택을 사는 사람들의 비중도 줄고 있다. 중국가계금융조사(CHFS)에 따르면 2008년 전체 주택 구입자 중 첫 집을 장만하는 이들의 비중은 70%였는데, 이는 2013년 58%, 지난해 46%로 줄었다. 올 1분기는 이 수치가 31%로 10년새 최저를 기록했다.

반대로 다주택자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두 번째 주택을 구입한 이들은 2008년 27%에서 올 1분기 44%를 기록해 첫 주택 구입자 비중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세 번째 주택을 산 다주택자 비율은 같은 기간 3%에서 25%로 크게 뛰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이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빈집들이 일시에 매물로 쏟아져나와 시장을 붕괴시키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간 교수 역시 "부동산 시장에 미세한 금이라도 생긴다면 빈집 매물들이 홍수처럼 중국을 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주택 구매 규제 강화를 지시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조건 강화, 대출 금리 인상 등 30개가 넘는 조치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투기 자금은 규제 없는 지역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간 교수는 정부가 주택 보유세나 공실세를 부과하는 등 좀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