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당해도 "죽어도 이 길만"…임시정부 주역들 '어록'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광복 후 환국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1945.11.3)/사진=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출범 100년을 맞았다. 1919년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요청돼 4월11일 출범한 임시정부는 외교활동이나 항일투쟁 지원 등을 통해 조국 독립에 앞장섰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 11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 요인들이 남긴 어록을 돌아본다.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해왔다." - 도산 안창호(1878~1938)


안창호는 독립을 위한 민족의 '실력 양성'을 꿈꿨다. 1907년 '신민회'를 만들어 교육, 산업 장려, 독립군 양성을 위한 신흥무관학교 설립 등을 진행했다. 실무에 능했던 그는 임시정부 초대 내무부 총장을 맡았고, 이승만 초대 국무총리의 부재로 국무총리 대리를 겸직했다. 이후엔 대통령 대리도 맡게 됐다.

학식이 깊었던 안창호는 특히 청년에게 관심이 많아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창호는 1932년 윤봉길의 '홍커우공원 폭탄 투척 의거'에 연루돼 2년6개월을 복역했다. 이후 출옥됐으나 일제의 대대적인 독립운동가 탄압 작전인 '동우회 사건'으로 재투옥됐다. 1938년 병보석으로 풀려나 휴양 중 사망했다.

◇"억센 풀대는 거센 바람 앞에서 알아본다." - 몽양 여운형(1886~1947)

여운형은 생각이 다른 이들과도 기꺼이 대화에 나섰다. 1919년 임시정부 외무부 차장을 역임하며 일제 관리들과 여러 차례 회담을 진행했고 해방 이후에는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해 좌파임에도 우파와 계속 협상하려 노력했다.


여운형은 뛰어난 웅변가답게 많은 어록을 남겼다. 1945년 휘문고보 연설에서는 "지난날의 아프고 쓰라린 것들은 이 자리에서 잊어버리고 이 땅에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낙원을 건설해야 한다"고 새 조국 건설의 희망을 천명했다. 테러를 당한 후엔 "나에게는 다른 길이 없다. 죽어도 이 길을 가야 한다"고 굳은 다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의 평등." - 조소앙(1887~1958)

조소앙은 임시정부의 첫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작성했다. 개인·민족·국가와 정치·경제·교육의 두 축에서 균등을 주창한 '삼균주의'는 임시정부의 사상적 주춧돌이 됐다. 최초의 독립선언인 '무오독립선언'을 쓴 이도 그다. 조소앙은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참여하려고 유럽에 갔으나 불발돼 유럽을 돌며 국제사회에 독립 의지를 밝혔다.

중국 정치가 쑨원의 아들 쑨커가 "너희 사람은 왜 뭉치지 못하느냐"고 말하자 "한국 사람이 위대한 것이다. 한 사람 혼자서 천하를 영도해나가는 것은 한국 사람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 답한 '사이다 일화'도 있다.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영원한 쾌락을 꿈꾸려 한다." - 이봉창(1900~1932)

상인 출인인 이봉창은 '쾌남'이었다.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던 그는 일왕 즉위식에 구경을 갔다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구금돼 '나라 없는 민족'의 설움을 느꼈다. 임시정부의 존재를 알게 된 그는 곧바로 상하이로 건너와 임정에 합류했다.

이봉창은 마지막까지 호쾌했다. 김구에게 거사 계획을 밝히며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지난 31년육신의 쾌락은 대강 맛봤습니다.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꿈꾸며 우리 독립 사업에 헌신할 목적으로 상하이로 왔습니다"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의거 후 검찰 취조문에는 "태도는 태연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띄우고, 반성하는 관념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기록돼 있다. 그의 나이 32세였다.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 - 백범 김구(1876~1949)

임시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끈 김구는 젊은 시절 여러 차례 항일 운동에 참여했다. 임시정부 창설 당시 안창호를 찾아가 "문지기라도 시켜달라"며 경무국장으로 임정에 합류했다. 이후 1931년 이봉창·윤봉길 등이 소속된 공작조직 '한인애국단' 창설을 이끌고, 1940년 임시정부 주석에 선출되며 임시정부 후반기의 기둥이 됐다.

김구의 행적은 독립운동을 하면서 쓴 글을 모은 자서전 '백범일지'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라는 '나의 소원'도 백범일지에 실렸다. 1949년 사저에서 육군 장교 안두희의 권총에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