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VIP
통합검색

10代의 폭력, 왜 '잔혹'해지나?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텔레그램
  • 문자

10代의 폭력, 왜 '잔혹'해지나?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텔레그램
  • 문자
  • VIEW 10,385
  • 2019.10.25 04:30
  • 글자크기조절

[MT이슈+] 기절할 때까지 때리고 손가락 'V', 우유 세 방울 튀었다며 담뱃불 지지기도…교육 부재, SNS 영향

[편집자주] 온라인 뉴스의 강자 머니투데이가 그 날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선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드립니다. 어떤 이슈들이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는지 [MT이슈+]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 서울 성북구 한 중학교에선 중학생 A군 등 4명이 동급생 B군을 집단 폭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 등은 B군의 손과 발을 묶어 담뱃불로 지졌다. 소화기를 온몸에 뿌리기도 했다. B군은 고막이 파열되고, 실명 위험에 처했다. 이들이 B군을 이처럼 때린 이유가 뭘까. "우유갑을 옆으로 치우다 세 방울을 튀게 했다"였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이들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2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폭력 사건이 탈출구를 못 찾고 있다. 점점 더 교묘하고 잔혹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모습이다. 신체적 폭력 뿐 아니라 따돌림 등 정서적 폭력 비중도 늘고 있다. 공분이 일 때마다 '소년법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렇다 할 대책이 묘연하다.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을 '교육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모·학교로 제어되던 틀이 깨졌다는 것이다.


━
집단화·흉포화에…'영상' 돌리기

━



10代의 폭력, 왜 '잔혹'해지나?

학교 폭력 피해를 봤다는 학생들은 매년 증가세다. 교육부의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에 따르면 2017년 0.9%(3만7000명)에서 지난해 1.3%(5만명), 올해 1.6%(6만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청소년 폭력 범죄는(경찰청 통계) 2016년 2만468건에서 2017년 2만1996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만698건으로 다소 줄었다.


양상도 변하고 있다. 신체적 폭력은 점차 줄고 있는 반면, 정서적 폭력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집단 따돌림 비중'은 지난해까지 10%대에 머물다, 올해 23.2%로 늘었다. 반면 신체적 폭력은 꾸준히 줄다 올해 8.6%까지 떨어졌다. '사이버 괴롭힘(8.9%)' 등 SNS나 메신저를 이용한 따돌림, 교묘한 정서적 폭력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신체적 폭력도, '잔혹성'은 더해지는 모습이다. 불과 10년 전인 2009년까지만 해도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게 '로우킥 사건' 정도였다. 서울 송파구 일대 중학생 3명이 피해 아동(7~8세 추정)을 쫓아가 왼쪽 허벅지를 발로 차 넘어 뜨렸다. 이를 영상으로 찍어 유포했었다.
10代의 폭력, 왜 '잔혹'해지나?

최근엔 눈살이 찌푸려지는 10대 폭력 사건이 훨씬 더 빈번하다. 집단화·흉포화를 넘어 영상으로 남겨 두 번, 세 번 죽이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최근 대전에선 중학교 2학년 C군(14)이 동급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단 신고가 접수됐다. C군 부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공터에서 수차례 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C군을 폭행하며 찍은 동영상도 경찰에 제출됐다. 동급생들이 C군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구토하는 그를 보며 웃는 모습이 담겼다. 한 가해 학생은 폭행한 뒤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만들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단체 대화방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에선 오렌지색 후드티를 입은 여중생 D양이 여고생 2명에게 뺨과 머리, 이마 등을 맞는 사건이 있었다. 20일 페이스북 게시판에 올라온 1분30초 분량 영상에선 무릎 꿇은 D양이 "언니, 잘못했어요" 하는데도, 가해 여고생들이 "소리 지르지마" 하고 폭행하고 키득키득 웃는 모습이 담겼다. D양은 "자신들의 말을 안 듣고 짜증난단 이유로 뺨을 때렸다"는 취지로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청소년 범죄마다 '소년법 폐지' 여론, 답일까?

━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청소년 범죄가 불거질 때마다 불붙는 게 '소년법 개정' 여론이다. 현행법상 만 19세가 안 되는 청소년들은 소년법 적용을 받는다. 그러면 형사부가 아니라,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가 심리한다. 소년부에서 내리는 보호처분은 주로 사회봉사명령, 소년보호시설 감호, 소년원 송치 등이다.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형사재판을 받더라도 만 18세 미만은 장기 10년이 최대 형량이다. 1958년 제정, 2007년 대폭 개정된 뒤 이후엔 일부씩만 개정됐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이후 소년법 폐지 여론이 수차례 불거졌고, 청와대 국민청원도 여러 차례 20만명을 넘겼다. 국회에도 소년법 관련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지만, 계류 상태다. 이슈가 불거질 때만 '반짝' 관심이 불거졌다가, 공분이 사그라들면 잦아드는 걸 반복하고 있다. 현실에 안 맞는 소년법 개정안이 잠자고 있는 사이, 10대 폭력 문제는 잊을만 하면 반복되고 있다.

국민 62.6%가 '소년법 개정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21%가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리얼미터, 9월 조사). 10명 중 8명이 소년법 폐지 여론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소년법 폐지가 소년 범죄를 줄일 수 없고,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단 얘기다. UN아동권리협약과 충돌하는 문제도 있다. UN아동권리협약 37조에선 "만18세 미만의 아동에게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해선 안 되며, 또한 이들을 18세 이상의 범죄자와 동일한 교정시설에 수용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인성교육' 부재, 부추기는 SNS…근본적 접근해야

━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기저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뻔한 얘기지만, '인성 교육' 부재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갑자기 공격성이 높은 세대가 태어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유치원 때부터 인성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현 세대에서 부족했단 것. 예전엔 배려나 양보 등에 대해 가정과 학교에서 체득돼 왔던 게, 10년 이상 '부재'하는 상황이 되며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거라고 했다. 임 교수는 "아이들이 잘 흡수하지 않는데, 이는 온라인 교육의 단점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SNS도 폭력을 부추긴다고 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폭력 가해자들은 SNS에서 사진을 올리고, 돌려보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한다"고 했다. 임 교수도 "폭력을 저지른 뒤, 내가 잘못하지 않았단 걸 대변하기 위해 SNS에 올려버리는 식"이라며 "폭력에 대한 악성적인 부분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론 결국, 청소년들에 대한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단 것이다. 임 교수는 "청소년들은 힘으로 압도하면 카리스마가 있는 걸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라며 "결국 교육이 잘 돼야 한다. 남한테 양보하고, 남을 도와주고 이런 가치가 돈 벌고 성공하는 것보다 높은 가치란 걸,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9년 10월 24일 (17:38)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남형도
    남형도 [email protected]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쉬운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아들, 어차피 오른단다"… 8만전자 깨지자 지갑 연 '이들'
네이버 메인에서 머니투데이 구독 다음 언론사 홈에서 머니투데이 구독

실시간 급상승

9.9

베스트클릭

MT리포트

22대 국회, 대한민국을 부탁해(上) 시작부터 꼬인 21대 국회, '최악' 오명…"22대는 더 할 것" 섬뜩한 경고

이슈패키지

PADO
PADO
밸류업 정책공개
밸류업 정책공개
2024 키플랫폼
2024 키플랫폼

오늘의 꿀팁

  • 뉴스 속 오늘
  • 더영상
  • 날씨는?
  • 헬스투데이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풀민지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공식 SNS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