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부까지 돈 안썼다…'R의 공포' 시작되나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추석을 닷새 앞둔 9일 오후 광주 동구 대인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점포 곳곳에 임대 공고가 붙어있다. 2019.09.09. [email protected]

올해 3분기 우리 경제가 전기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연간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10년 만에 2%선 밑으로 내려가는 게 확실시된다. 민간 소비가 제자리걸음을 한 가운데 재정이 현장에 제때 투입되지 않는 등 정부도 성장률 방어에 실패했다. 성장 탄력이 둔화돼 1%대 저성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 증가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2.0% 성장했다.


소비와 투자는 물론 정부 지출까지 부진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전기대비)은 2분기 0.7%에서 3분기 0.1%로 하락했다. 건설투자는 5.2% 감소했으며, 설비투자는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정부지출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1.2%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낮아졌다.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려 보겠다며 편성한 추가경정예산 실제 집행률이 지난달 말 현재 50.4%에 그치는 등 정부 재정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만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여 증가율이 2분기 2%에서 3분기 4.1%로 개선됐다.

3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간 성장률 2% 달성은 멀어졌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4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97% 이상이어야 2%대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 분기별 잠재성장률(0.6~0.7%)을 초과해야 한다는 얘기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급격한 물가 상승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성장률이 2%를 하회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80년(-1.7%)과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0.8%) 뿐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저성장이) 단순한 경기 사이클 문제가 아니라 성장능력이 낮아지는 걸 보여주는 것 같고 장기적으로는 1%대 성장이 일반화되는 시기가 될 수 있다”며 “인구구조가 악화되고, 세계경제구조가 서비스업과 내수 중심으로 바뀌며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재정을 동원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2% 성장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겠지만 4분기에는 정부의 재정 노력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4분기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2% 이상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내 예정돼 있는 3기 민간투자 프로젝트의 착공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수출도 조금이라도 더 늘 수 있도록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