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비정규직이었어?" 정규직 착각한 50만명 드러났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비정규직 숫자가 급증하고 비중이 급등한 데 대해 정부는 조사기법이 달라진 데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다른 조사에서는 기간제 근로자 등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와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수는 748만1000명이다. 지난해 661만4000명에 비해 86만7000명(13.1%) 증가했다. 비정규직은 중복 응답을 허용한 조사에서 기간제 근로자가 379만9000명으로 50.8%였다. 이어 시간제 근로자(315만6000명, 42.2%), 비전형 근로자(204만5000명, 27.3%) 순이었다.


정부는 비정규직 숫자를 지난해와 비교해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통계에는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포착되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가 최대 51만7000명 포함됐다는 것. 통계청은 이들이 새롭게 생겨난 게 아니라 기존에 본인이 정규직으로 생각했던 이들 중 상당수가 기간제 근로자임을 뒤늦게 자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문항이 달라져 기존 조사에서 포착되지 않던 기간제 근로자가 새롭게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 고용 예상기간과 관련한 질의를 추가했다. 계약 종료일이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계약이 종료될 사건이 존재하면 기간제로 포함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기존 본조사에서 ‘고용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느냐’고 물었었다면 병행조사에서는 ‘예상기간’을 묻는 문항이 추가되고 그것이 ‘본인의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환기시킴으로써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다’라는 응답비율이 높아지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경제활동인구조사 등에서 본인의 근로형태를 정규직이라고 답했던 이들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이었던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조사기법 변화를 제외하더라도 올해 들어 취업자수가 큰폭으로 증가하면서 비정규직 수치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으로 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32~33% 있기 때문에 취업자가 늘어난 비율만큼 비정규직도 늘어났을 것”이라며 “지난 8월 같은 경우에는 임금근로자가 51만4000명 늘었는데, 비정규직 비중이 33% 정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15만명에서 20만명 정도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또 “일자리사업이 확대된 효과와 함께 서면근로계약서 작성이 현장에 자리 잡아가는 것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기준 고용노동부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조사’는 정부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서는 근로자 5인 이상 사정체 기간제 근로자가 179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9% 감소했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기간제 근로자수 역시 증가폭은 과거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기준 18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했고, 이중 15만7000명이 전환완료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에 따라 기존 비정규직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사 등과 지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