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다녀온 김종민·권성동…기저귀 찬 주호영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화장실을 다녀와 인사를 하고 있다. 2019.12.23. [email protected]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과거에는 장시간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 위해 물을 마시는 것도 참고 기저귀까지 준비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번 회기에는 기저귀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어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도중 3분간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을 허락하면서다.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오전 5시50분쯤 불쑥 문 의장을 향해 "지난번에는 잠깐 화장실을 허락해 줬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이미 필리버스터를 진행한지 약 3시간 50분정도가 지났을 시점이었다.

이에 문 의장은 "생각은 안해봤다"면서도 "3분안에 다녀오는 것으로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잠시 정회를 선포했다. 김 의원은 화장실을 다녀온 뒤 필리버스터를 이어갔고 오전 6시22분쯤 토론을 마쳤다.


김 의원에 이어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토론자로 나선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도 토론 도중 화장실에 다녀왔다.

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을 가느라 회의장을 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2월에 진행된 대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도중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장실에 다녀왔다. 안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마친 뒤 자신의 트위터에 "필리버스터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온 사례가 세계적으로 최초라고 하네요"라며 머쓱해했다.

반면 2016년 대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당시 토론자들은 화장실에 가느라 토론이 종료되는 것을 막기위해 물 마시는 것을 참았고 기저귀를 준비하는 토론자도 있었다. 이번에도 공직선거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첫 토론자로 나선 주호영 의원도 장시간 필리버스터에 대비해 성인용 기저귀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법은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는 요건을 △재적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토론종결동의안을 제출해 재적의원 5분의3이 찬성했을 경우 △무제한토론을 할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 도중 회기가 끝나는 도중으로만 정하고 있다.

생리현상으로 인해 정회가 가능한지 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문 의장은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화장실에 다녀온 안 의원의 '선례'를 참고해 생리현상으로 인한 정회를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필리버스터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미국에서는 회의장을 비우면 토론이 끝나는 것으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