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첫 회의…"삼성 제대로 감시하겠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다. /사진=뉴스1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첫 회의를 개최하며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삼성의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로 실효성과 진정성을 인정받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5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대법관 출신 김지형 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위원회는 삼성 계열사 외부에 설치된 독립 기구로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요구해 만들어졌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삼성그룹 전반의 준법체계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감시할 제도 마련을 재판에서 공식 주문한 바 있다.

이날 첫 회의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먼저 삼성 7개 계열사의 준법감시 조직으로부터 준법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보고 받고, 향후 활동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위원회 설치 규정과 사무국 설치 등 실무적 문제들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인 준법감시위원 봉욱 변호사는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준법경영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역할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내부인사로 유일하게 위원회에 참여한 이인용 CR 담당 사장은 "(준법감시위 활동 관련) 필요한 게 있으면 위원장께서 (계열사에) 직접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만큼 위원회의 활동이 독립적이고 진정성 있게 진행될 것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첫 회의의 리드는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았다.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인은 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재계는 이 위원회가 스스로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느냐가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의 결정적 변수라고 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열린 4차 공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를 전문심리위원회를 통해 점검한 뒤 이 부회장의 형량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감형을 위한 일회성 기구라며 비판한다. 하지만 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이력을 볼 때 공정성과 진정성은 유지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한편 이 부회장 측은 재판부 주문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검증할 전문심리위원으로 고검장 출신인 김경수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를 추천했다.

이 부회장 측은 전문지식과 중립성을 갖춘 인물로 김 변호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문심리위원단 구성 자체를 거부하며 재판부 주문에도 불구하고 전문심리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삼성은 이날 회의에 앞서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협약'의 이사회 의결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며 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사내 준법감시조직(컴플라이언스팀)을 법무실 산하에서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분리하고 부사장급 변호사를 부서장으로 선임하는 조직 개편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