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뒷걸음친 1인당 소득…명목성장 IMF 이후 최저(종합)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년 만에 감소했다. 명목 경제성장률이 IMF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가 둔화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년만에 뒷걸음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2047달러로 전년(3만3434달러) 대비 4.1% 감소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1.9% 줄어든 후 4년만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달러환산 1인당 국민소득은 분모가 되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줄어든다. 원/달러 평균환율은 지난해 1165.7원으로 전년(1100.3원) 대비 5.9% 올랐다.

명목GDP(국내총생산) 성장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명목GDP는 1914조원으로 전년대비 1.1% 늘었다. 1998년(-0.9%) 외환위기 이후 21년만에 최저치다. 달러환산 명목GDP는 1조6420억달러로 전년대비 4.6% 줄었다.

GDP 물가에 해당하는 GDP디플레이터가 -0.9%를 기록하며 명목GDP 성장이 1%대 초반에 머물렀다. GDP디플레이터는 1999년 -1.2%를 기록한 후 20년만에 최저치다. 내수 디플레이터는 1.3% 상승했으나 수출 디플레이터는 4.9% 하락했다. 수입 디플레이터는 1.1%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실질성장률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의 이유로 2%로 둔화됐고 우리 주력 수출품목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며 명목기준으로는 더 크게 주춤했다"며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며 투자여력이 줄어들고 확장재정정책을 통해 보완되긴 했지만 민간부문 둔화로 성장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질성장률 2%…실질GDP와 GNI간 격차 벌어져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년대비 2% 성장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0.8% 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실질GNI는 실질GDP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늘었으나 교역조건이 악화돼 실질성장률 2% 보다 1.7%포인트 낮은 0.3%를 기록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2018년 실질GNI 성장률은 1.2%를 기록했다. 2018년 당시 실질GDP 증가율은 2.7%였다. 실질 GNI와 GDP간 격차가 1.5%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벌어진 셈이다.

명목GNI는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2018년 5조원에서 지난해 17조7000억원으로 증가하며 1.7% 올랐다.

총저축률은 34.6%로 전년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국내총투자율은 전년대비 0.4%포인트 하락한 31%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1925조9000억원 가운데 1260조원이 소비로 지출됐다. 민간 929조7000억원, 정부가 330조3000억원을 지출했다. 나머지 665조9000억원이 저축으로 남아 투자재원으로 활용됐다.

지난해 4분기 실질GDP 증가율은 전기대비 1.3%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게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 1분기 마이너스 성장하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입국 제한 또는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우비를 착용한 한 중국인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19 사태로 한국경제가 큰 타격을 받으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월 통계지표에서는 코로나19 영향이 확인되지 않으나 2월에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치 2.1%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1월20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소비활동이 위축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고 운수, 항공, 음식숙박업 등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쪽 수출이 둔화되며 일평균 수출이 기대보다 낮아진 측면이 확인되며, 제조업 대외거래 부문에서도 중간재 수입 차질, 수요부진에 따른 수출부진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는 직격탄을 입었으나 소비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아 관건은 투자"라며 "그러나 기업들도 현금보유를 늘리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적어도 0.3~0.4%포인트 정도는 (연간) 성장률에 타격을 줘 2%를 기록하기 어려울 것"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