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지옥' 된 쿼드국 인도 돕는다…AZ 백신도 제공?

[잠무(인도)=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인도 카슈미르주 잠무의 화장터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의 장례식이 진행되는가운데 방호복을 입은 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4.24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가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폭증으로 최악의 위기에 처한 인도를 돕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에 백신 원료를 제공하고 백신 생산을 위한 재정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인도가 팬데믹 초반 미국을 도왔듯이 이제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인도를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 소속 국가이기도 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밀리 혼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인도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코비실드' 생산에 긴급히 필요한 특정 원료를 확인했으며 이를 즉각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긴급 진단 검사 키트, 인공호흡기, 개인 보호장구 물자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계획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의 통화가 이뤄진 뒤 나왔다.

이밖에 미국은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인도의 백신 제조업체 '바이오로지컬E'가 내년 말까지 백신을 최소 10억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 역량을 확대하는 데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 사태 해결에 투입할 수 있도록 AZ 백신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 겸 백악관 수석의학고문은 이날 인도에 AZ 백신을 직접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A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지금 당장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인도에 AZ 백신을 지원하는 방안이 적극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소, 의약품, 검사 장비, PPE(개인보호장비) 공급 등을 비롯해 어떻게 하면 백신을 지원할 수 있을까 하는 방안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 인터뷰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발표한 인도 지원 관련 성명에는 백신을 제공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이달초 기준 2000만도스 이상의 AZ 백신을 비축 중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의료진 등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에 뒤처진 나라들에 비축분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당장은 여유분이 없지만 다른 나라에 백신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인접국가와 쿼드, 인도·태평양 등을 우선 협력 대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뉴스1

같은 날 유럽도 인도에 대한 지원 의사를 잇따라 밝혔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EU는 인도의 지원 요청에 신속히 응할 수 있도록 자원을 모으고 있다"고 썼다. 프랑스와 독일은 인도에 코로나19 치료에 필요한 산소 지원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이날 인도에 산소 농축기와 인공호흡기 등 9가지 필수 의료 장비를 보냈으며 다음 주에 추가 지원 물품을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과의 전쟁에서 영국이 국제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도는 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최악의 팬데믹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25일 인도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34만9691명에 달해 나흘 연속 사상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한 달 동안 하루 감염자수는 8배, 사망자는 10배 늘었다. 인도 정부는 확산을 잡지 못하면 5월 중순에는 하루에 50만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 시스템도 붕괴 위기에 있다. 인도의 한 의사는 TV에 나와 "매일이 같은 상황이다. 우리한테는 2시간 쓸 산소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인도의 코로나 백신 접종은 하루 평균 260만회 정도로, 이대로라면 인구 75%에 접종을 마치는 데 2년이 걸릴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