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풀어달라"…43만명 넘은 '故 손정민 청원' 왜 비공개일까

정민씨 아버지 손현씨(50)가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그림을 공개했다(왼쪽)/사진=손현씨 블로그(왼쪽),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22) 사건 관련 국민청원이 4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가운데, 청와대가 이를 2주 넘게 비공개하고 있어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강 실종 대학생 고 손정민군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17일 오후 1시 기준 43만4000여명의 지지를 받았다.


청원인은 "학생의 죽음은 사고가 아닌 사건인 것 같다"고 주장하며 "손정민씨와 남아있는 부모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는 '사전동의 100명' 요건을 충족한 국민청원의 경우 관리자 검토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원 요건에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100명 이상의 동의를 받더라도 공개되지 않거나 일부 내용이 숨김 처리된다.

해당 청원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공개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2주가 넘도록 비공개인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검색되지 않고 링크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청원은 삭제나 숨김 처리될 수 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에 따르면 △동일한 내용으로 중복 게시 △욕설 및 비속어 사용 △폭력적, 선정적 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개인정보, 허위사실, 명예 훼손 등의 내용이 포함된 청원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 또는 일부 내용이 '숨김' 처리된다.

이 청원은 중복 게시나 욕설 등 비속어 사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민씨와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측에 대한 명예훼손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삭제' 또는 일부 '숨김' 처리해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100명 이상 지지를 받은 청원임에도 바로 공개되지 않았던 경우는 이전에도 수차례 있었다. 다만 당시 비공개 처리된 청원들은 현재 모두 공개된 상태다.

또 4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고 2주 넘게 비공개 처리된 사례는 사실상 거의 없어 누리꾼들 사이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관리자 검토를 거쳐 공개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소요된다 해도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상황에서 이같이 오래 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손정민씨 관련 청원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사진=청와대 토론방 게시판

이와 관련해 17일 청와대 홈페이지 토론방에는 '손정민씨 관련 청원 공개하고 답변해달라', '손정민군 청원 비공개에 관해', '한강 대학생 죽음 관련 청원 공개 요청' 등 제목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정민씨 사망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해당 청원을 공개하라는 요구들이다.

한편, 정민씨 실종 당일이던 지난달 25일 함께 있던 친구 A씨 측은 17일 첫 공식입장을 냈다. 정민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 17일 만이다.

A씨 측 법률대리인 정병원 변호사는 "A씨와 가족들은 그동안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 실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실종 당일 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별로 없어 구체적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고,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그간 침묵을 지켰던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