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도 난해한 카카오T '택시 콜 몰아주기' 해석법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서울역 인근에서 택시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1.4.8/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인 카카오의 '택시 콜 몰아주기' 사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국 25만명 택시기사 중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를 이용하는 사람은 23만명이다. 택시업계와 이용자 후생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얘기다. 공룡 플랫폼으로 성장한 카카오 입장에선 과징금 등 직집적 처벌 여부와 함께 기업 신뢰 문제도 달려있다.

지난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가 공정위에 신고서를 접수하면서 이번 사건 조사가 시작됐다. 택시 단체들은 승객이 카카오T를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면 가까이 있는 일반택시가 아닌 먼 곳에 떨어진 카카오의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에 우선적으로 배차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주변에서 카카오프랜즈 캐릭터를 붙이고 다니는 택시가 부쩍 늘었는데, 이들이 카카오T 블루 가맹 택시다.


택시 단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카카오에 가맹비를 내지 않는 일반택시는 부당한 차별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 제재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경쟁법 전문가는 물론이고, 공정위 내에서도 "'콜 몰아주기'가 사실이라도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기 상당히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거래법상 카카오에 적용 가능한 금지 조항은 '시장지배력 남용'(3조의2)과 '거래상지위 남용'(23조)인데, 현실적으로 둘 다 적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시장지배력 남용을 적용하려면 카카오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그 전에 시장부터 획정해야 한다. 그런데 플랫폼 산업은 특성상 시장 획정 자체가 난해하고 공정위의 업무 경험도 드물다. 예컨대 카카오T의 경쟁자를 우티(UT,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합작사) 등 플랫폼 기업으로 한정할지, 일반 콜 서비스 업체까지 포함할지 여부 등에 따라 시장 점유율 산정이 크게 달라지고 카카오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해당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김형배 공정거래조정원장은 공정위 상임위원 시절 펴낸 저서 '공정거래법의 이론과 실제'에서 "특정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경쟁법 집행에서 매우 어렵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은 분야 중 하나"라고 했다.



거래상지위 남용은 협상력 우위를 이용한 갑질을 의미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거래의 '전속성'과 '계속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택시기사들이 카카오에 오랜 기간 상당한 수준으로 매출 등을 의존한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3만명의 택시기사는 보통 카카오T뿐 아니라 다른 콜 서비스들을 함께 이용하고, 콜 없이 승객을 태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속성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처벌'이 아닌 '상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건이 촉발된 것은 콜 몰아주기 혐의지만 택시 업계 반발의 기저에는 카카오의 유료화 추진 등에 따른 위기 의식이 있기 때문에 상생으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국회에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입법화가 더딘 점이 크게 아쉽다. 온라인플랫폼법은 플랫폼 업체와 입점사업자 간 갈등을 예방·해결하기 위한 것인데, 여기에는 자발적 상생 협력과 분쟁 해결을 위한 근거 조항이 담겼다. 예컨대 온라인플랫폼법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콜 몰아주기 혐의 사건은 '분쟁조정협의', '공정거래협약' 등을 활용해 이미 원만히 해결했을 수 있다.

플랫폼 산업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만큼 카카오 사례와 유사한 사건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플랫폼법 입법화가 늦어지면 공정위는 계속 애매한 공정거래법 조항을 붙들고 씨름해야 하고, 관련 사업자는 사건에 대응하느라 혁신에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없다. 국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