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레고' 마인크래프트, 한국만 '19금'…"세계적 망신"

청와대는 지난해 어린이날 마인크래프트로 어린이 초청 행사를 열었다. /사진=청와대

청와대는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매년 앞마당에서 진행하던 어린이 초청행사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진행했다. 초등생 사이에서 인기인 마인크래프트는 전세계 1억2600만명이 이용하는 샌드박스형 게임(놀이터처럼 이용자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으로, 국내에선 교육용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이런 마이크래프트가 '셧다운제' 영향으로 국내에서만 '19금(禁) 게임'으로 전환될 위기에 놓였다. 이용자 사이에서 셧다운제 폐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MS는 연말까지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MS는 최근 "한국에서 PC게임인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매·이용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공지했다. MS가 보안 강화를 위해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 계정을 '엑스박스(Xbox) 라이브' 계정으로 이전하게 하면서 기존 계정에 가입된 19세 미만 청소년이 새로운 계정을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언제까지 계정을 옮겨야 한다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 이같은 정책은 PC게임에 한정된 것으로, 모바일·콘솔 버전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는 기존대로 게임을 할 수 있다.
10년 전 '셧다운제' 나비효과…이용자 "갈라파고스식 규제"

/사진=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캡처

MS는 지난 2011년 셧다운제가 시행되자 이듬해 엑스박스 라이브의 청소년 가입을 제한했다. 셧다운제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은 인터넷 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한 제도다. MS는 특정 시간대 특정 연령대의 게임접속을 차단하라는 국내 요구사항을 전 세계 공통 서비스에 구현하기 어렵다며 기존 정책을 바꿨다.

이 때문에 모장 계정을 쓰던 청소년들은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을 새로 만들 수 없어 마인크래프트 이용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용자 사이에선 '셧다운제'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 단체인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은 지난 2일 "셧다운제는 실효성 없이 게임산업과 미성년 게이머의 권리를 위축시킨다"라며 "한국 시장을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행정 편의적 규제"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사흘 만에 참여 인원이 2만명을 돌파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세계 언어로 한국인은 19세 이상만 하라는 문구가 마인크래프트 웹사이트에 박히다니 너무 충격적이고 부끄럽다"라며 "(마인크래프트는) 메타버스와 프로그래밍을 결합한 수업"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셧다운제 폐지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학부모 요청 등이 있을 때 게임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하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부모 허락 하에 자정이 넘어서도 게임을 할 수 있는 규제 완화안을 냈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법안을 발의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 "셧다운제는 세계적 망신이자 부끄러운 일"이라며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개선 논의에 참여하라"고 비판했다.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30일 호남대 이(e)스포츠산업학과 학생들과 만나 "청소년 셧다운제 폐지를 정부가 검토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여가부 "셧다운제 탓 아냐"…MS "연말까지 대안 마련할 것"셧다운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이번 일은 MS의 게임 운영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가부는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 이용을 지원하는 제도"라며 "MS에서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다수의 한국 게임 이용자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이뤄지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S 관계자는 "기존 19세 미만 국내 이용자와 신규 19세 미만 가입자를 위한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올해 말 이와 관련한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