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권영수 vs CATL 쩡위친···배터리 세계 1위 놓고 韓中 전운

(왼쪽부터)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쩡위친 CATL 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로이터

"LG에너지솔루션이 시가총액 2000억달러짜리 중국 CATL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가운데 상장은 진짜 전쟁의 서곡에 불과하다"(파이낸셜타임스)
"글로벌 2위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 공모에 성공, 전 세계에 새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한 전쟁 자금을 늘린다"(월스트리트저널)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대규모 자금몰이를 한 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 CATL과의 경쟁에서 어떤 승부를 펼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상장으로 10.2조 손에 쥔 LG에너지솔루션···북미·유럽·중국 등에 투자 가속화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7일 코스피 상장을 마친 뒤 약 10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게 됐음을 알리며 글로벌 생산기지 능력을 확대하고 차세대 전지 연구개발(R&D) 및 신규사업 투자 등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우선 북미 지역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2024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유럽 및 중국 생산공장에 각각 1조4000억원, 1조2000억원씩 투자한다. 한국 오창 공장의 경우 내년까지 6450억원을 투자하고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 EV용 원통형 전지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공개적으로 언급친 않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정부를 등에 업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생산능력을 확장 중인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중국 CATL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됐다.


업계에 따르면 CATL은 2020년 68GWh에 불과했던 배터리 생산능력이 지난해 240GWh, 2025년 600GWh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0년 120GWh에서 2025년 최소 400GWh 이상으로 빠르게 생산능력을 높여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히 중국, 유럽, 인도네시아, 한국, 북미 등 글로벌 각국에 골고루 생산거점을 포진시키고 양산을 해온 점이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점유율은 22.2%(2021년 1~11월 기준)로 CATL(29.0%)에 밀린 2위지만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점유율 36.2%(2021년 1~10월 기준)로 3위 CATL(12.5%)에 월등히 앞선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업계 최고 수준인 총 2만2900여건(2021년 9월 누적 등록 특허 기준)의 특허를 보유중이란 점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전후해 두 경쟁사가 서로를 경계한 듯한 장면도 외신 등을 통해 포착됐었다.

CATL은 지난해 8월 중국 민간기업으로서는 사상 최대인 582억위안(약 10조9000억원)의 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었다. 이후 11월 이 규모는 450억위안(약 8조4000억원)으로 축소돼 현재 진행중이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지난해 12월 CATL의 이같은 투자 확대 움직임에 대해 "2020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전기차 붐이 일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능력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며 "CATL의 최대 라이벌 LG가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CATL에 없는 미국과 유럽 글로벌 구매고객, 글로벌 생산설비를 갖췄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 새 수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상장, GM 리콜 사태 등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그룹내 해결사로 통하는 권 부회장이 새 사령탑을 맡았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권 부회장은 2012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글로벌 유수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를 이끌었으며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개에서 20여개로 늘린 성과가 있다.


쩡위친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 2011년 CATL 창립···주가 25위안→590위안 '수직상승'CATL은 현재 수익성과 시가총액 측면에선 LG에너지솔루션을 앞지른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CATL은 최근 2021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잠정치를 내놨다. 이는 순이익이 약 140~165억위안(2조6630억원~3조1386억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으로 전년(56억위안) 대비 150% 넘게 늘어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기며 코스피 시총 순위 2위로 자리매김했지만 CATL의 현재 시가총액은 2170억달러(263조)에 이른다.

CATL이 2018년 중국 선전거래소 상장 당시 공모가는 25.14위안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592.6위안까지 23배 넘게 치솟았다.

창립 11주년에 접어든 CATL이 현 위치에 오르기까지 중국 정부의 밀어주기 뿐만 아니라 테슬라의 힘도 컸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CATL은 지난해 당초 테슬라와 2022년 6월까지 맺었던 배터리 공급 계약 기간을 2025년까지 늘린다고 밝히는 등 테슬라와의 공고한 관계를 과시했다. CATL은 테슬라의 중국향 모델3, 모델Y에 배터리를 납품 중이다.

CATL의 약진과 함께 쩡위친 CATL 창업주 겸 회장도 중국 대부호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포브스에 따르면 쩡위친 회장은 순자산 가치만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508억달러(61조5000억원)를 기록해 중국 100대 부호 중 3위를 기록했다.

쩡위친 회장은 1968년생으로 중국 푸젠성 닝더시에서 태어났다. CATL의 중국명이 닝더시대(寧德時代)인데 창업당시 고위 경영진 대부분이 닝더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CATL 본사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어촌 및 중국 남동부의 군사기지로 알려졌던 곳이다.

쩡위친 회장은 상하이교통대학에서 선박공학을 전공, 일본 전자기업 TDK에 입사해 배터리 화학 분야 일을 맡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9년 다른 배터리 화학 전문가들과 함께 휴대폰, 캠코더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 기업 ATL을 공동 창업했는데 이 회사를 2005년 당시 1억달러에 TDK에 매각, 쩡위친 등은 자회사를 계속 운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배터리를 전략 산업으로 지정, 2011년 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려는 외국 자동차 및 부품 기업들은 핵심 기술을 현지 회사로 사실상 이전해야만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노골적인 중국 기업 키우기'라며 당시 전세계에서 논란이 됐던 정책이다. 이 때문에 TDK는 쩡위친 회장을 비롯한 중국 투자자들에게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지분 85%를 매각했다. 쩡위친 회장은 이 때 넘겨받은 기업명을 CATL이라고 이름지었다.

사업운도 좋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CATL 설립 후 머지 않은 시점 BMW가 A123에서 CATL로 거래선을 바꿨는데 BMW는 CATL의 첫번째 주요 고객이 됐다.

한편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올해 종료될 것이란 가운데 앞으로 중국 안팎 시장에서 CATL 제품 경쟁력이 제대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우후이 중국 이웨이경제연구원 연구소장은 지난 8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CATL의 급속한 성장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과 자국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는 분리될 수 없다"며 "정책이 느슨해지면서 '경쟁'은 중국 전체 모빌리티 배터리 시장에 도입되고 있어 CATL의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