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맞벌이의 함정

몇년 전 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서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때 '결혼조건 1순위는?'이라는 질문에 최우선 순위로 '돈'이라고 답한 사람이 237명으로 전체의 40.31%를 차지했다.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처럼 경제적 요건도 결혼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대 기혼 직장인 10명 중 9명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가 없는 부부는 80% 이상, 아이가 1명인 부부는 70%가량, 아이가 2명 혹은 3명인 부부는 60%에 가까운 사람들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외벌이에 비해 많은 생활비 주의해야

맞벌이는 외벌이에 비해 수입이 많기 때문에 지출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수입보다는 지출이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전체 가계 지출 비용 중에 외식비와 여가활동, 해외 여행비가 늘어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일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양육'이다. 직장에 나가는 엄마로서 자녀에 대한 미안함, 혹은 잘 키워야겠다는 욕심으로 자녀에 대한 지출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아이를 돌봐 주는 놀이방, 유치원 등의 사교육비, 가정 도우미 비용, 장난감을 포함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사주는 것에 소비되는 비용은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또 외벌이 가정보다 맞벌이 가정은 수입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대출을 받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입 이내에서 대출이자를 갚으면 되기 때문이다. 또 야금야금 늘어나는 생활비의 증가에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늘어 봤자 두사람의 월급을 합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가끔 보너스도 나오니 지출을 많이 초과한다고 해서 우환이 될 수 없다고 안심한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다가 한쪽이 실직할 경우 그동안의 소비패턴이 있기 때문에 심각한 재정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2004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책 '맞벌이의 함정'(The Two Income Trap)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중 한명이 실직하면 가계가 급속도로 위축돼 가계 파산 및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는 맞벌이에 나선 이유에 맞게끔 경제적 조기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 지출의 통제를 통해 자산을 빨리 늘리고 외벌이 보다 빨리 늘어난 자산을 더 크게 불릴 수 있는 자산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부부 중 한사람의 월급을 무조건 저축하는 것은 맞벌이 재테크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돈을 빨리 모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부부 중 한명이 실직했을 때 빠른 적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로 모르는 돈 없어야

맞벌이 부부의 재정관리 기본은 투명한 공개에서 시작돼야 한다. 예기치 못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함께 수립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자금 상황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부부간에 서로 모르는 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무설계 전문가는 "맞벌이 부부의 재테크는 개인 재테크가 아닌 가정의 재테크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서로의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밝히고 관리하는 게 재테크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투명하게 서로의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실제 자금관리도 한사람이 전담해서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누가 맡든 간에 지출은 부부간 동의하에 이뤄져야 한다.

목적에 따라 주택마련저축, 노후를 위한 적금, 양육비, 교육비, 생활비, 보험료 등은 분산해 관리해야 한다. 생활비가 모자란다고 노후를 위한 적금에서 빼내 쓰는 식은 올바르지 않다. 정해진 금액보다 지출이 많을 때는 다른 비용을 줄여 지출 범위 내에서 재배치해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한 재무설계 전문가는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프라이버시를 앞세워 각자 월급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가정의 건전한 재무설계를 위해서는 따로따로 경제만큼 나쁜 것도 없다. 결국 소비를 늘게 하고 자산관리의 집중에서 벗어나게 돼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