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상견례 때문에 타워팰리스 '월세'로 이사?

지역감정이 심하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상견례라는 소재를 그려낸 영화 '위험한 상견례(2011)'/ 사진=위험한 상견례 스틸컷

# 6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 중인 회사원 김모씨(31). 최근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했다가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상견례를 무사히 마치고 부모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예비 시댁에서 "우릴 배웅하지 않고 예의없게 먼저 출발하느냐"며 불편해 한 것.

예비 시댁에서는 또 집에 잘 도착했는지 안부 연락도 하지 않았다며 김씨를 나무랐다. 김씨는 "내가 그렇게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데 괜히 트집을 잡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소연했다.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하기 위해 양쪽 집안이 처음 인사하는 것이 상견례의 취지지만, 실제로는 상견례가 집안 간 자존심 싸움의 장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 결혼 앞두고 냉장고, 소파까지 바꿔

상견례 전 서로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는 시기부터 탐색은 시작된다. 자신의 자녀가 반듯하고 귀하게 자랐음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다. 이 때문에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주부들은 오래된 가전제품을 바꾸거나 집안 리모델링에 들어가기도 한다.


교사 안모씨(58)는 "주변에서도 자녀가 결혼할 사람을 집에 데려오겠다고 하면 냉장고를 바꾼다던지 소파를 바꾼다는 등의 얘기를 듣곤 한다"며 "사람을 초대할 때 잘 정돈된 집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같다"고 했다.

일부는 결혼할 상대 집안에 '기죽기 싫다'는 이유로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하기도 한다. 집안 재력을 속이기 위해 서울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등 고급아파트에 몇 개월만 '월세'를 사는 경우도 있다. 타워팰리스 102㎡(31평)의 경우 현재 보증금 1억원에 280만~320만원대의 월세가가 형성돼 있다.

도곡동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보통은 월세도 1년 계약이 기본이지만 단기로 집을 구하는 사람의 경우 집주인이 임시로 몇 달치 선불을 받고 집을 빌려주는 계약을 따로 하기도 한다"며 "흔하게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전혀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십만원 상견례 비용…남자 혼자 부담?

상견례 자체에도 신경써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양쪽 집안의 지역이 비슷하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만일 수도권과 지방 등으로 갈린다면 '위치' 선정이 변수가 된다.

상견례 장소는 대개 한정식 전문 음식점이나 유명 호텔에 입점한 레스토랑 등이 선택된다. 가격은 1인당 5만~10만원선이 일반적이다. 일부 유명 레스토랑은 1인당 가격이 15만원에 달하는 상견례 전문 코스도 내놓고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보니 각 집안의 참석자 수나 비용 부담의 문제 등을 놓고 다투는 예비부부들도 있다. 물론 집안의 '자존심'을 위해 서로 상견례 비용을 내겠다는 부모들끼리 기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한 웨딩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흔히 상견례 비용이 남자 부담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좋은 것은 예비부부가 사전에 상의해서 서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며 "요즘 젊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상견례에서부터 이후 결혼준비까지 모든 비용을 반반 내려고 하는 추세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