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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세졌다고요? 갈길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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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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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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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대기업 담합, 철저 조사
-농산물 가격담합 조사, 유통구조 개선
-교육·보건의료 등 진입규제 완화 작업 가속화


"공정위가 세졌다고요? 우리나라 국민수준에 비하면 약하죠"

'공정사회'가 국정 화두로 떠오르면서 공정거래위원회도 '경제검찰'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의 거래관행 개선에 팔을 걷어붙이더니 최근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불공정행위 척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배추대란'이 발생하는 등 서민 물가가 요동치자 생필품 가격 점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기대했던 대기업들은 볼멘소리가 절로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기업에 대한 조사와 제재는 우리나라 국민수준에 미뤄보면 시기가 매우 늦다는 것이다.

'원칙이 있는 중도'를 추구하는 정 위원장을 만나 그의 소신과 원칙, 공정위의 현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현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기치로 내세우면서 기업들은 공정위에 대한 기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공정위가 소위 '세게' 나간다는 말이 많은데요. 현 정부의 철학과 일치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위원장의 소신이 반영된 것입니까.

▶지난 정부까지는 대기업에 대한 직접적 규제와 정책적 강조가 이뤄졌습니다. 대표적인 게 출자총액제한제입니다. 출총제는 대기업에 대한 '누르기'를 상징하는 제도로 다른 나라 경쟁법에는 없는 제도입니다. 현 정부 들어 폐지하면서 경쟁법과 집행에 대한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기업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세진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담합은 우리나라 국민수준에 미뤄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시기가 굉장히 늦은 것입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담합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제대로 됐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이 외국에서 카르텔 위반으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 받는 일은 상당 부분 없었을 겁니다. 우리 대기업의 대외시장 의존율이 82%에 달하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쟁 룰을 가져야 합니다. 10년 후에는 각 분야에 관행처럼 남아있는 담합들이 상당부분 제거 될 것으로 봅니다.

-기업 최고경영자들(CEO)과 자주 만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좀 피하시는 편인가요.

▶아무래도 기업들에 대한 조사와 제재를 하니까 개별적으로 만나는 건 자제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담합과 관련해서 공정위의 국제카르텔 집행 노하우를 알려주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차원에서 조선, 자동차, 금융, 석유화학 등 대표적인 대기업의 CEO들과 주기적으로 면담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해온 관행이 있기 때문에 "이게 왜 담합이냐"는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직 일부에서 그렇긴 하지만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이 외국으로부터 천문학적 숫자의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서 인식과 행태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필품 가격 점검을 지시했습니다. 주요 생필품에 대한 가격동향을 점검하고, 국내외 가격차를 발표하는 건 대통령 지시 전에도 공정위에서 진행해 온 일이지만 이와 관련 중점적으로 추진하시는 대책이 있나요.

▶소비자보호원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밀접한 80개 품목의 가격정보를 주 단위로 공개하고 있는데 이게 유통사업자들의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 후생에 기여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올해도 휘발유, 우유, 생수, 맥주, 샴푸 등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30개 품목을 조사 중이며, 11월 말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또 생활필수품의 국내가격이 국제시세에 비해 높아 물가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국제시세보다 높은 생필품을 위주로 국내외 가격차 조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최근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담합 여부를 조사하셨나요.

▶농산물 유통사업자의 담합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고랭지 배추의 경우, 수집상들이 가격을 조정하기도 하고 생산자들이 조합을 형성해 출하를 조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대형유통업체들이 직접 산지 등으로부터 배추를 구입해 출하를 조율하거나 가락동 도매상들이 소위 '밭떼기'를 해 출하 조절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달에 농림부와 함께 두 번 조사하면서 이 4가지 유형을 다 들여다봤습니다. 지금도 계속 모니터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채소는 민생과 직결되는 부분이니만큼 가격이나 출하조절이 있었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대통령도 최근 유통구조를 바로잡겠다고 말씀하셨죠.

▶서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투명하게 제도개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포기에 3000~4000원 하던 배추가 1만5000원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부분을 열심히 봐야 합니다.

-최근 공정위의 현안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제입니다. 국감 때도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대기업이 상생협약을 빌미로 직권조사 면제 혜택만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은 매우 의미 있는 접근입니다. 현재 146개 대기업이 체결한 상태인데 처음에는 공정위가 집요하게 권유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각 산업의 리더사업자로서 채무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행평가 결과가 부실한 대기업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상생협약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신사협약 입니다. 평가가 잘 못 나왔다고 제재하는 건 본질과 다릅니다.

-진입규제 완화 작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3차 개선방안을 준비 중이신데 교육, 보건·의료 등 민감한 부문이 많이 포함된 것 같습니다.

▶교육은 문제가 참 많습니다. 특히 사립학교법은 지배구조나 특별교육서비스 관련 문제들이 많습니다. 보건·의료도 영리법인도입 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주무관청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복지부 등과 함께 소위 '군불 떼기'라고 하는 여론형성 과정을 잘 거치면 결국 잘 진행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위원장님께서 직원들에게 '골프금지령'을 내리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전달이 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저나 부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골프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거래질서 공정화와 관련해 공정성을 담보하는 기관으로서 일부직원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기관의 신뢰성이 실추됩니다. 공정위의 직원이라면 공정성에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골프를 자제하는 것을) 일종의 에티켓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많이 남으셨지만 남은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다면 어떤 건가요.

▶최근 공정사회가 화두가 되면서 이름에 '공정'이 있는 저희가 부담을 많이 느낍니다. 특히 대중소기업간 공정화가 국정 의제로 떠오르면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장 경제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반시장적이거나 경쟁 제한적 관행을 없애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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