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 국내 1호 '싱가포르 2차 상장사'

대우증권이 주관하는 중국고섬유한공사가 국내 1호 싱가포르 2차 상장기업이 될 전망이다. 2007년 11월 홍콩 시장에서 상장된 화풍방직이 2차 상장한 적 있지만, 싱가포르 상장사가 국내 시장에 2차 상장한 것은 중국고섬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중국고섬의 공모가 산정 과정은 화풍방직과는 달라 향후 싱가포르 2차 상장기업들의 공모가 산정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중국고섬은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중국고섬 공모 주식수는 증권예탁증권(KDR, Korea Depositary Receipt) 3000만주로, 총 공모규모는 1791억원이다.

대우증권이 대표주관사로 1800만주(1074억원)를, 공동주관사인 한화증권이 900만주(537만주)를 인수한다. IBK증권과 HMC증권도 인수사로 참여, 각각 210만주, 90만주를 인수한다.


◇중국고섬 3000만주 발행...원주대 DR 비율은 20대1

싱가포르 상장사인 중국고섬은 KDR 형식으로 2차 상장을 진행한다.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원주를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유상증자를 실시, 그 주식을 기초로DR을 발행해 공모하는 것이다.

중국고섬의 원주대 DR 비율은 20대 1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중국고섬 1주(DR)는 싱가포르 원주 20주 묶음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공모하는 중국고섬 3000만주를 싱가포르 원주로 환산하면 6억주다. 현재 싱가포르 시장에 상장된 중국고섬 주식수는 약 14억주로 약 40% 가량의 신주가 발행된 셈이다.

중국고섬이 국내 시장 상장 이후 양국 간 시가 차이가 발생한다면 DR을 싱가포르 원주로 전환, 차익거래를 할 수 있다. 4년 전 홍콩기업 2차 상장기업의 화풍방직의 국내 가격이 홍콩시장 원주에 비해 평균 20% 이상 낮게 형성된 탓에 원주 전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기도 했다.

◇공모가 산정 어떻게 진행되나

중국고섬의 공모가 산정 방식은 기존 2차 상장 기업과는 차이가 있다. 홍콩 상장기업인 화풍방직의 경우 총액인수계약 체결일 종가와 직전 5영업일 종가의 평균 중 높은 가격에 유상증자 할인율 10%를 적용, 희망 공모가밴드를 4400원~6400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2차 상장기업의 공모가 산정 과정엔 희망 공모가밴드가 없다. 대신 증권신고서 제출일 하루 전 싱가포르 거래소 종가에 당일 기준 환율과 DR비율을 곱한 공모 예정가만 있다.

중국고섬의 공모 예정가는 5970원으로 14일 종가(34센트: 싱가포르달러 기준)에 당일 기준 환율 877.39원과 DR비율 20을 곱한 금액이다. 이후 과정은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는 국내 기업 공모가 산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로 국내 유사회사의 직접적인 비교는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 할인율에도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 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유상증자 할인율은 인수계약이 체결되는 거래일 하루 동안 장내에서 거래되는 가중평균가격보다 10%를 초과 할인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할 경우 할인율을 3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과 차이가 있다. 유상증자 할인율을 20% 이내로 정해놓은 홍콩과도 다르다.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은 수요예측 결과 및 주식시장 상황을 감안해 발행사와 협의 후 중국고섬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중국고섬은 내년 1월7일, 10일 이틀간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중국고섬의 청약일은 내년 1월 12~13일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로부터 동시에 청약을 받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상장심사를 통과한 썬마트홀딩스 등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이 2차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국내 증시의 국제화를 위해 해외기업의 직접 상장 뿐만 아니라 2차 상장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