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상당히 껄끄러워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벌어지는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예상대로 대기업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초과이익공유제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방식을 통해 스스로 국제경쟁력을 길러나가는 것은 어떨까.

국내에서는 한국 국가브랜드의 한계 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같은 이슈가 자주 논의되지만 정작 삼성, 현대, LG, 포스코가 활동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다. 이들 기업은 한국이 고도의 기술력과 세계적 경쟁 우위를 갖춘 국가라는 인식을 견고히 심어놓았다.


한국 대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자리로 올라가는 험난한 과정에서 국내 공급업체들이 동반 성장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제는 많은 외국기업이 경쟁력 있는 한국 중소기업들과 협력을 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수 대규모 그룹기업과의 납품관계를 통해 성장해온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대기업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다. 전세계를 목표로 한 당장의 글로벌화는 무리겠지만 주변 아시아시장에 진출하는 지역 글로벌화 정도는 반드시 시작되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적 능력(hard skill)이 뛰어나다는 점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케팅, 인재경영, 고객관리, 기업간 협동 등 포괄적 커뮤니케이션 능력(soft skill)은 여전히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마케팅을 예로 들어보자. 고객들이 정보를 구하는 첫번째 접점은 기업의 홈페이지다. 한국의 경우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95%가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쓰지만 국제적으로는 파이어폭스나 구글크롬 등 다른 브라우저들이 점유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따라서 자사 홈페이지를 여러 브라우저와 호환하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기업이라면 홈페이지의 기본언어를 영어로 설정해야 하며, 구글에서 기업의 이름을 입력했을 때 검색결과가 맨 위에 나타날 수 있도록 검색의 용이성도 확보해야 한다.

인력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국내 중소기업은 현 제도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뛰어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청년실업률이 23%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실에서 중소기업들은 재능 있는 젊은 인재를 고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며, 아울러 노령인구의 증가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노동력도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8만명 넘는 외국인도 훌륭한 인적자원이다. 취업을 통해 이 학생들이 한국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준다면 이들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고객관리, 특히 고객들의 문의사항을 처리하는 부분에서도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고객들의 질문에는 프로페셔널하게 응대해야 한다. 판매관련 문의를 받는 메일주소는 기업 홈페이지의 눈에 잘 띄는 곳에 표기하고, 담당자의 영어이름을 추가해서 외국인의 질문에 대한 언어장벽이 없다는 것을 알린다. 고객의 문의에 24시간 이내에 회신하는 것은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중소기업들 간에 기술, 인재 및 자원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동종 업체간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 산업의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다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춘 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섰다. 이제 중소기업들이 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자신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