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들어 요직 대물림 현상 심화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김정은 후계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전직 고위 간부 2세들이 지도층으로 부상한 가운데 현직 고위층 자녀들도 인사상의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전현직 고위 간부들의 2세들이 이미 당과 군을 비롯해 외교 분야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정책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요직에 대거 기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에서 최근들어 이러한 고위 요직의 대물림경향이 강해진 것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정권과 이들을 '운명 공동체'로 묶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것으로 분석된다.

정권 세습과 함께 요직을 대물려충성심까지 대물림 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 항일 빨치산 2세 득세


김정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공식 등장한 지난 2010년에는 이미 소위 '항일 빨치산' 출신 전직 고위층 간부들의 2세들이북한 지도부에 대거 포진한 상태였다.

연령대가 보통 60~70대인 이들은 이들의 아버지들이 김일성 주석과 과거부터 직ㆍ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지난 2010년 9월에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선출된 신임 노동당 비서와 부장 18명 중 8명은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포함, 전직 고위간부의 아들이나 사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 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최용해 노동당 비서는 대장 계급을 받은 것은 물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에도 임명됐다. 최 현은 김일성과 항일 빨치산 시절부터 절친했던 인물로 이제 그 아들인 최용해가 김정은 체제의 핵심 인사로 떠오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오백룡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아들들인 오금철 군 부총참모장, 오철산 해군사령부 정치위원도 각각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에 기용됐다.

6자회담 등 외교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이용호 부상도 부상(차관급)으로는 드물게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린 것도 고위급 부모 또는 장인을 둔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상은 정일룡 전 부수상의 사위이다. 이 부상의 아버지 이명제는 당 선전선동부와 조직지도부에서 부부장을 지낸 인물로김정일 위원장 서기실에서 근무하는 등 김 위원장의 최 측근 중 한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지도자급에도 대거 진출

북한 전현직 고위급 2세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곳은다음 세대 지도자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주요 핵심 보직이다.

최재하 전 건설상의 아들인 최 휘는 최고 핵심부서인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하고 청년동맹 비서를 역임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쳐 현재 조직지도부 생활지도담당 부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국태 당중앙검열위원장의 딸인 김문경은 외교관을 거쳐 당 국제부 부부장까지 올랐고, 남편인 이흥식도 외무성 국장으로 재직중이다.

전 만경대혁명학원장 오재원의 아들인 오철용, 김일성의 동생인 김영주 전 부수석의 사위인 리명산, 전 건설상 최재하의 아들 최 연은 각각 내각 무역성 부상으로 재직 중이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사위인 리성호는 최근 상업성 부상으로 승진했고, 전 사회안전부 정치국장 심창완의 아들 심철호는 체신성 부상이다.

이밖에도 태형철 사회과학원장과 서동명 대외보험총국장은 항일빨치산 출신으로 군 고위직을 역임한 태병렬과 서 철의 아들이다.

문재철 외교단사업총국장과 서호원 대외문화연락위원회(대문연) 부위원장은 각각 박성철 전 부주석과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의 사위다.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홍선옥은 홍원길 전 부총리의 딸이며, 리용철 청년동맹 1비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이었던 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이화선의 아들이다.

◇ 근무여건 좋은 무역·외교 선호

연령대가 보통 40~50대인 현직 고위 간부 2세들은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외교와 무역 분야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노동당 부장급 이상 고위간부의 자녀 절반가량이 이 분야에 근무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조카 장용철이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로 나가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장용철은 대개 북한 대사들이 4년 임기 후 귀국하는 것과 달리, 네팔 주재 대사 임기를 마치기도 전인 3년만에 곧바로 말레이시아 대사로 보직을 옮기는 특혜를 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군 수뇌부인 리영호 총참모장의 아들 리선일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사위 차동섭, 리용무 국방위 부위원장의 아들 리철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의 아들 오세현, 군 총정치국 김원홍 부국장의 아들 김 철 등은 해외 투자유치를 위해 모두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북한 내 서열상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아들 김동화와 딸 김호정은 각각 외무성 과장과 대문연 책임부원으로 재직중이다.

이와 같이 현직 고위 간부의 2세들이 무역이나 외교 분야 진출이 많은 것은 해외에서의 수준 높은 생활과 자녀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북 소식통은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이 이와 같은 요직 대물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일부만의 특권층을 형성해 일반 주민들의 불만을 사는 등 체제 응집력을 결국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