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고교생들, '우크라 잔다르크' 구명 왜 나섰나?

(서울=뉴스1) 이정선 인턴기자=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우크라이나대사관 앞에서 공주 한일고등학교 정치인권단체 'HND(Hope Never Dies)' 소속 학생들이 ‘오렌지혁명 주역 티모셴코’의 구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5일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에서 '율리아 티모센코 석방 촉구 집회'가 열렸다. 티모센코는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민주화 혁명을 이끌며 '우크라이나 잔다르크' '오렌지 공주'로 불리는 정치인이다.

이날 집회는 충남 공주시 한일고등학교 정치인권동아리 HND(Hope Never Dies) 학생 10여명이 직접 기획하고 참가했으며 이들은 아시아 최초로 구명운동에 나선 고교생들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무고하게 감옥에 갇힌 티모센코가 석방돼야 한다며 그의 오렌지 혁명을 의미하는 오렌지색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Release Yuliya Tymoshenko Now(율리아 티모센코를 당장 석방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보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대한민국은 유사한 독재경험을 갖고 있다"며 "민주화 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크라이나 민주화 지도자 티모센코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민주화의 상징인 티모센코가 24시간 철통감시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세계시민들이 연대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본훈 HND 회장(18·한일고 2년)은 "동유럽 국가들은 우리 국민과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며 "하지만 평소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정치 현안에 대한 공부를 하다 이번 집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참가이유를 설명했다.


또 구군은 "지난 6일은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수교 20주년 기념일"이라면서 "그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온라인 구명활동을 펼친 끝에 거리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다훈 YUPAD 한일고 지부장(18·한일고 2년)도 티모센코에게 '어서 만나 함께 민주주의에 대해 논하자'는 영어편지를 작성해 읽은 다음 이 편지를 대사관 앞 우체통에 넣었다.

이밖에 참가자들은 오렌지혁명 당시 경찰의 진압방패 위에 장미를 꽂았던 티모센코를 떠올리며 우크라이나 대사관 문 앞에 장미꽃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6월 우크라니아와 폴란드가 공동개최하는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개최시기와 우크라이나 총선이 있는 10월쯤에도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예브 교도소에 수감된 율리아 티모셴코전 총리 (AFP= News1)

티모센코는 총리 재직 시절인 지난 2009년 러시아와 가스수입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도록 국영 가스회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우크라이나에 15억흐리브냐(약 2030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그는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의 원심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그러나 티모센코는 여전히 이와 같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자신의 정적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누코비치는 2004년 대선에서 부정선거 시비 끝에 티모센코가 주도한 오렌지 혁명으로 쫓겨났다 복귀한 인물이다.

이에 티모센코 지지자들은 티모센코의 정계 복귀를 두려워한 야누코비치가 정치보복 차원에서 사적인 정치 탄압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홍석우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학과장은 "2010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과 야당의 분열을 틈타 야누코비치가 30%의 낮은 투표율에도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이후 그는 오렌지 혁명 세력을 탄압했고 그 정점이 티모셴코"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야누코비치도 러시아에 흑해 접근을 허용하는 등 우크라이나 이권을 내주는 등 그도 티모센코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며 "복잡한 우크라이나 상황에서 티모센코가 징역 7년 형을 받은 것은 다소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