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적정 외환보유고에 관한 오해와 진실

기존경제학자들은 외환보유고를 평면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외환보유고의 의미는 그저 ‘비상시에 쓰일 준비금의 크기’일 따름이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 외환보유고는 ‘준비금’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어떤 나라가 일정기간에 걸쳐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았다면, 일반적으로 그것은 적어도 ‘그 나라의 경제가 해당기간 동안 외환당국의 지속적 외환매입에 따른 보다 높은 환율에 힘입어 보다 높은 비율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보다 높은 비율로의 성장’은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았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듯, 외환보유고는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 자체부터 그 나라의 경제에 자못 큰 영향을 미친다. 사정이 이러한데, 어찌 그것을 ‘준비금’으로만 볼 수 있겠는가?


필자가 환율에 관한 강의를 할 때면 수강생들은 으레 “외환보유고는 어떤 수준이 적정합니까?” 하고 질문한다. 그 질문에 필자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다다익선(多多益善)입니다.”라고 답하곤 한다. “단, 다른 교수님들께서 출제하시는 시험들에서는 저한테 강의받은 대로 답안을 써서는 절대 안 됩니다.”라는 조언을 반드시 덧붙여야 하지만.

물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보유외환이 넘칠 정도로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보유외환 자체의 운용수익률은 그다지 높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유고가 넘쳐 난다고 외환보유고 쌓기까지 멈출 필요는 없다. 인플레이션 같은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한 말이다. 그것이 넘쳐 나서 아깝다면, 흘러넘치는 부분은 이른바 국부펀드를 만들어 거기에 집어넣어 운용하면 된다!

이제 독자 여러분께서는 외환보유고와 국부펀드의 합계액이 나름대로 큰 나라들을 살펴보시기 바란다. 그 나라들은, 대체로, 한편으로는 그 경제가 최소한 과거의 어느 기간 동안 수출 호조에 힘입어 고속성장의 가도를 달린 적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정부나 중앙은행이 당연히 미국국채 등의 해외자산을 나름대로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2012년 말 현재의 국별 외환보유고 순위를 1위부터 열거하면, 대략 중국[3조6000억 달러; 홍콩 포함], 일본[1조3000억], 사우디아라비아[6300억], 러시아[5400억], 스위스[5300억], 대만[4000억], 브라질[3700억], 한국[3300억], 인도[3000억], 싱가폴[2600억] … 순이다.

2010년, 중국은 예상보다 빨리 일본을 밀어내고 세계2위 경제대국에 진입했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단언컨대, 그것들 중에는 분명 ‘외환보유고 요인’이 있고, 그것의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그렇다. 중국은 오랜 세월 동안 흔들림 없이 외환보유고 쌓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반면, 한때 부동(不動)의 외환보유고 1위국이었던 일본은 언제부터인가 그 쌓기를 거의 등한시해 왔다. 다시 보시라. 일본의 보유고는 1조3000억 달러로서 중국의 3조6000억 달러에 한참 밀리고 있다! 필자가 밝히는 시장의 비밀 중에는 국가의 성쇠(盛衰)에 관련되는 것도 적지 않다!

중국이 1978년의 ‘개혁개방’(改革開放) 이래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경제정책 운영에 있어 국익과 국민 전체의 부를 최우선시하며 ‘일의고행’(一意孤行; 누가 뭐라 하든 내 고집대로 하겠다)을 하는 것. 이 방식은, 꼭 칭찬만은 할 수 없으나 고도성장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만은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참고로, 중국은 겉으로 드러난 외환보유고에 더해 총규모 1조 달러 이상의 3개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고, 싱가폴의 국부펀드 총규모도 4000억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