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니면 죽어도 못팔아, 우리금융 분리매각

우리금융 매각에 '직'을 걸었다고 천명한 신제윤 위원장이 지난 1일 자회사 분리매각 방안을 밝혔다. 이달 발표될 주요 금융현안 해법 중 가장 관심을 모은 우리금융 (11,900원 0.0%) 매각방식이 기존 일괄매각에서 분리매각으로 선회했다.

"시장이 원하면 그게 답"이라는 게 신 위원장의 판단이다. 시장이 원하는 물건, 즉 팔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주 전체를 일괄매각하면 현실적으로 살 곳이 없다. 지주사가 지주사를 인수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확보해야하는 등 법적 제약이 많다. 법 개정도 이미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합병도 어렵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탓이다.

이 와중에 2010년부터 3년 연속 매각작업은 무산됐다.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거나 아예 입찰자가 전무했다.

따라서 일단 쪼개서라도 매각 작업 자체를 시작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일괄매각의 명분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였다. 이른바 우리금융 매각의 3대 원칙(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속한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조속한 민영화에 무게를 두겠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고사하고 팔리지가 않으니 일단 매수자가 있는 계열사부터 매각해야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정권 초에 강력히 추진하지 않으면 또 다시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있다. 신 위원장은 "이번이 아니면 죽어도 민영화를 못 한다"고도 했다. 지난 2004년 1차 블록세일로 정부지분을 팔기 시작한 이래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금융 민영화는 금융당국의 가장 무거운 숙제다.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에서 출입기자단 산행을 하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사진 앞줄 가운데)/사진제공=금융위원회

분리매각은 7월부터 본격화된다. 광주·경남은행을 먼저 팔고 우리투자증권을 뒤이어 팔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매각 순서는 지방은행 매각을 둘러싼 지역 간 대립 등 정치적 논란을 감안해 뒤바뀔 수도, 혹은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한 지방은행 매각은 최고가 입찰 원칙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당장 경남은행 인수를 두고 벌써부터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물밑 신경전이 펼쳐지는 등 관심이 뜨겁다. 수도권이 고향인 신 위원장은 정치적 압력이나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게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의 해외매각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매각 당시 중국 공상은행이 광주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우리파이낸셜 (30,150원 ▲350 +1.2%)도 개별 매각이 유력하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3조5000억원으로 금융당국은 자동차 할부금융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걸로 본다.

분리매각을 진행한 후 남은 계열사들은 우리은행에 개별 사업부 형태로 들어간다. 지주사 역시 우리은행과 합친다. 지주를 없애고 최종적으로 '은행'을 파는 형태다.

지주를 매각할 때 적용받는 온갖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을 다른 금융지주사가 인수할 경우 자회사 편입 절차를 밟는 방식이다.

신 위원장은 "우리금융은 공적자금을 쏟아 붓다보니 묶을게 필요해서 지주를 만들었을 뿐"이라며 "지주체제가 과연 시너지를 내고 있느냐를 생각해볼 때 매각할 때 지주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우리자산운용과 같이 나중에 은행과 합치기 어려운 회사가 안 팔리고 남으면 문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 방안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모든 매각 절차는 2014년 말까지 사실상 마무리 짓는다는 목표다. 신 위원장은 "매각 종료를 위한 법적인 시점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년 말까지 우리은행의 새 주인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