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개장 100일]우량 종목 발굴·투자자 확대 급선무

초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마련된 코넥스시장이 8일로 개장 100일을 맞는다. 증권업계에서는 "우려에 비해서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서도 거래 부진, 투자자 부족 등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고 평가한다.

◇관심은 뜨거운데…유망 종목 발굴해야＝"최근 6개월 사이에 전화 문의를 제외하고 실제로 기업을 만난 곳만 50여곳입니다. 코넥스시장에 대한 중소기업의 관심과 기대는 아직도 뜨거워요." 코넥스시장에 기업 상장을 돕는 한 지정자문인의 말이다. 자정부의 적극적인 독려로 탄생한 만큼 코넥스시장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10% 수준인 5곳 남짓이다. 성장성이 높아도 바로 코넥스 상장을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내부관리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 적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1, 2년간 심도있게 살펴 본 기업들은 주관사가 안심하고 상장시킬 수 있는데 코넥스시장은 개장한지 얼마 안돼 진정한 의미의 초기 기업을 상장시키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코넥스 상장사 대부분은 코스닥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코넥스시장이 개장되면서 방향을 바꾼 기업들이다.

안정적인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코넥스시장에 상장시키다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거래 활성화나 자금조달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좀 더 있으면 코스닥시장에 갈 수 있다'는 경영진들의 자신감이 오히려 거래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신시장인 코넥스 투자에 머뭇거리면서 적정가 형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개장 후 코넥스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억원에 불과하다.

코넥스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 측은 "코넥스시장 투자에 가장 큰 어려운 점은 투자할만한 종목이 적고 유동성이 낮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코넥스시장에서 자본조달을 통해 성장하는 기업들이 나온다면 시장 안착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로 투자자 저변 확대해야〓코넥스시장의 거래 부진이 정책금융 집행 지연과 규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정책금융으로 조성된 코넥스 펀드가 활성화되면서 유동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펀드 조성, 자금 집행 등이 늦어지면서 시장도 정체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금융투자협회 등 5개 증권 유관기관은 코넥스시장 개장에 맞춰 15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했다. 5개 운용사에 1차로 100억원씩 자금이 할당됐지만 코넥스 상장기업 편입 비중 목표치(60%)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벤처·창업기업의 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장사다리펀드도 코넥스시장에 250억원을 편성할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금액, 운용 시기, 운용 방식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당초 성장사다리펀드가 10~12월에는 코넥스시장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단 이달 중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가 미진하자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개인투자자가 코넥스시장에 투자하려면 예탁금 3억원이 필요하다. 이를 1억원 수준으로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자들의 자산 비중은 부동산이 70%, 예금 등 금융 자산이 30% 수준"이라며 "코넥스시장이 다른 시장보다 위험성이 큰 것은 맞지만 예탁금을 3억원 이상을 예치할 수 있는 투자자는 일반 개인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소 3억원을 코넥스시장에 예탁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금융자산만 30억원이 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코넥스 상장사들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자금조달의 물꼬가 트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스탠다드펌은 지난 1일 코넥스 상장사로써는 최초로 25억원 규모의 사모 CB 발행을 결의했다. 코넥스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테라셈도 지난달 NHN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세 곳을 대상으로 총 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정운수 코넥스시장부 부서장은 "코넥스는 장기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라 지금 성공 여부를 단언하기 힘들다"며 "코넥스기업이 성장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사례 등이 나오기 시작하면 투자 심리도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