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롤러코스터 장세 속 위너(winner)는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는 두 번 급등했고, 두 번 급락했다. 외국인 매매의 방향성도 날로 변덕이 심해지고 있다.

전일 1400억원대를 순매도(블록딜 제외)했던 외국인은 이날도 2376억원의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3.46포인트(1.16%) 하락한 1993.78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기금(596억원)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밀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나마 코스피는 롤러코스터라도 탔지만 코스닥은 하행선 급행열차를 탔다. 한 달 만에 30포인트를 내주며 500선 초반까지 가파르게 밀렸다.

김지성 노무라증권 한국법인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다른 이머징마켓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과도하게 들어왔다"며 "이제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어지며 당분간 외국인 자금 입출입이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멘텀 없는 코스피, 소리없이 달린 중소형주=11월이 하순으로 접어들며 기업 실적 시즌도 마무리되고 있다. 증시에 모멘텀이 될 만한 이벤트가 점점 줄어든 가운데 미국에서 들려오는 양적완화 축소 이슈나 중국의 경기지표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도 전일 공개된 미국 FOMCO(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 '수 개월 내 양적완화를 축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소식과 더불어 11월 중국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하회하며 코스피 낙폭이 확대됐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재료가 소진된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에서 들려오는 뉴스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내년쯤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질 것은 이미 예정된 사실인데도 축소 시기 등을 두고 주가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한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낸 종목은 대부분 중소형주였다. 특히 인수합병(M&A)이나 공개매수와 같은 이벤트 종목과 실적 호전, 성장성이 부각된 종목, 일부 테마주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최고 수익률을 올린 종목은 벽산건설 (0원 %)이었다. 카타르 알다파그룹이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11월11일부터 이날까지 총 6차례 상한가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166.6% 급등했다. LIG손해보험 (32,800원 ▲50 +0.1%)도 M&A 이슈로 27.55% 상승했다. 부산가스 (84,400원 ▲200 +0.24%)는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공시에 30.99%의 수익률을 보였다.

불안한 장세 속에서도 실적 호전주는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동원F&B (39,500원 ▲2,350 +6.33%)는 수산물에 대한 불안 심리에도 불구하고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며 한 달간 32.18% 수익률을 거뒀다. 건설 공사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폼을 임대하는 삼목에스폼 (20,500원 0.00%)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비 896% 증가하며 주가가 49.02% 급등했다.

테마주도 빠질 수 없었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소식에 안랩 (63,500원 ▼1,300 -2.01%)이 25.13% 올랐고,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써니전자 (1,951원 ▼4 -0.20%)도 26.27%의 수익률을 보였다.

◇코스닥, 신기루가 된 박스권 돌파의 꿈=코스닥은 나흘 연속 하락하며 500선 초반까지 바짝 밀렸다. 지난 5월 새 정부의 '창조경제' 바람에 힘입어 장중 한때 588.54의 연중 최고치를 찍었지만 6개월 만에 15% 하락하며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상반기 뱅가드 상장지수펀드(ETF)의 한국물 매도와 엔저 공습으로 코스피가 부진한 사이 화려한 한 시절을 보낸 코스닥이 코스피 강세장이 도래하자 맥을 못 추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스피가 일부 조정을 받았지만 코스닥은 반등하지 못했다. 코스피가 하락하는 날은 같이 빠지고 오르는 날도 부진한 흐름이 계속됐다. 신용잔고도 2조원을 넘어서며 불안한 모습이다.

KDB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할 때면 코스닥은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2차 양적완화 시기(2010년 11월~2011년 6월)에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3조원을 순매수했고 코스피가 11.6%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8.9% 하락했다. 또 올해 8월부터 11월20일까지 외국인이 13조8000억원을 매수하며 코스피가 5.0%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9.0% 하락했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의 투자심리를 나타내주는 고객 예탁금이 14조원대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공모펀드의 설정액도 줄고 있다"며 "연말까지는 코스닥 지수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역사적으로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 강세장이 도래할 때면 코스닥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며 "단기 전망은 부정적이나 장기적으로 내년에 코스피 지수가 급등할 경우 코스피에 후행해 코스닥도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