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투기자금 판친다…이상급등株 주의보

"상승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벽산건설이 아니라 '벽산전설'이다." "실제 인수공시 뜨면 그때부터 줄하락하는 거 아니냐. 무서워서 못 들어가겠다."

최근 인터넷 증권 토론 게시판에서 '핫 이슈'가 되고 있는 종목은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상장사다.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유가증권 기업 벽산건설이 중동 알다파그룹에 피인수된다는 소식에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비단 벽산건설 뿐이 아니다. 유가증권시장에 투기자금이 판을 치고 있다. 한계까지 몰렸던 중소형 건설사들이 회생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팽배한 가운데 STX와 동양 등 주요 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유가증권시장 투자경고종목 지정 건수는 87건에 달한다. 코스닥시장 62건에 비해 25건이 많다. 지난해에는 유가증권시장의 투자경고종목 지정 건수가 62건으로 코스닥시장 91건보다 적었다.

투자경고종목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때 투자자들의 환기를 주의시키기 위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지정한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신용융자로 매수할 수 없는 등 제재가 이뤄진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자경고종목 지정으로 지정된 87건 중 49건이 우선주, 38건은 보통주였다. 보통주 가운데 금호산업 (4,190원 ▼30 -0.71%), 우리종금 (707원 ▼15 -2.08%), 삼영홀딩스 (1,170원 ▲21 +1.83%), 남광토건 (6,390원 ▲120 +1.91%), 벽산건설 (0원 %), STX (7,630원 ▼140 -1.80%) 등 6개 종목은 연내 2회 이상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됐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주가가 이상급등을 계속하면 한단계 높은 조치인 투자위험종목에 지정된다. 투자위험종목은 지정과 동시에 주권매매가 1일간 정지되며 주가가 추가적으로 급등할 경우 매매거래가 추가로 정지될 수 있다.

투자위험종목 지정 역시 코스닥시장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자위험종목 지정 건수는 총 29건. 코스닥은 4건에 불과하다.

우선주 외에 투자위험종목에 지정된 거래소 종목은 써니전자 (1,951원 ▼4 -0.20%), 남광토건, STX, 벽산건설 4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4건 모두 우선주였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코스닥 기업보다 주가가 비싸고 거래량이 풍부해 투기세력이 힘을 쓰기 어렵지만 법정관리 등 악재로 주가가 추락하면 먹잇감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TX는 지난 6월 자금난으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보유 지분이 반대매매되자 주가가 장중에 1065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연초 대비 87% 폭락한 것이다. 이후 STX 주가는 계열사들의 경영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급등락을 거듭했다. 동양 역시 최근 300원대에서 거래돼 '동전주'로 전락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기세력이 들어와 일시에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실적이나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는 다시 하락세를 타는 사례가 많다"며 "갑자기 단기 매매가 많이 나오거나 주가 변동이 심한 경우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