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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비리 "돈 줬다"는 회장님..법원은 잇따라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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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 기자
  • 2014.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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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19>]법원 "합리적 의심 없어야"..무리한 기소 논란

'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지난해 4월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마지막 수사로 주목받았지만 예상과 달리 성적표가 초라합니다. 최근 법원은 정관계 및 금융위, 국세청 인사들에게 줄줄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지난 주 대법원에서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결과를 받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사건까지 더해져 검찰의 부실수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금품수수'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공여자의 진술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건 처리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권력형 비리? 정관계 인사 잇따라 ‘무죄’

5일 법원에 따르면 각종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가 무죄가 확정되거나 1·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정관계 인사는 11명입니다. 검찰이 이들을 기소한 근거는 한결같이 "돈을 건넸다"는 저축은행 회장들의 진술입니다.

전날 서울고법은 형사1부는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객관적인 물증이 없고, 금품 공여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선뜻 믿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긴 한다"면서도 "검찰은 피고인이 돈을 받은 구체적인 날짜, 장소, 시간 등을 특정하지 못했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공소사실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며 검찰의 부실수사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장호 전 금감원 부원장보,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 이석현 민주당은 같은 혐의로 기소가 됐지만 이미 무죄가 확정돼 누명을 벗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두언 의원은 1·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법정구속 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돈을 줬다"는 공여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으니 다시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정 의원은 이미 형기를 마친 상태입니다.

박지원·임종석·이화영 전 민주당 의원도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의왕=뉴스1) 이광호 기자 10개월 만에 만기 출소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23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지지자들과 인사나누고 있다.&lt;br&gt;&lt;br&gt;정 의원은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 4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 24일 법정 구속됐으며, 2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었다. &lt;br&gt;&lt;br&gt;정 의원의 출소는 징역 10월의 선고 형량을 모두 채운데 따른 것이며, 석방된 상태에서 대법원 재판을 기다리게 됐다. 2013.11.23/뉴스1
(의왕=뉴스1) 이광호 기자 10개월 만에 만기 출소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23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지지자들과 인사나누고 있다.<br><br>정 의원은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 4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 24일 법정 구속됐으며, 2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었다. <br><br>정 의원의 출소는 징역 10월의 선고 형량을 모두 채운데 따른 것이며, 석방된 상태에서 대법원 재판을 기다리게 됐다. 2013.11.23/뉴스1

◇법원 "진술 경위·내용 모순"..증거 불충분

이들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재판부의 판시사항은 한결같습니다.

금품을 건넸다는 사람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신빙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 진술 외에는 범죄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깨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법원은 박지원 의원의 사건에서 "(금품) 공여자들의 진술이 유죄 인정의 증거로 불충분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고 객관적으로 드러난 정황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진술을 제외하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여려 차례 "금품 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물증이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돈을 줬다는 금품 공여자의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신빙성이 있어야 유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법원의 잇따른 무죄 선고로 권력형 경제비리를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아온 '저축은행 비리 수사', 엉터리 수사였음이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금품수수 사건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것은 비단 저축은행 사건 뿐만이 아닙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도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형사보상금 받아도 이미 늦어.."무죄추정의 원칙"

검찰의 비리수사 대상자로 지목되면 그 여파는 상당히 큽니다. 공직자로서 수십 년간 쌓아온 긍지와 자부심을 한순간에 잃거나, 가족들까지 불명예 속에 고초를 겪어야 합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구속되거나, 법정구속되면 무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구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이후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와 풀려날 때까지 333일간 구금됐던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65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습니다. 정두언 의원도 파기환송심 심리 결과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보상금을 받는다고 해서 지난 몇 년간 구속되었던 시간을 보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 형사보상제도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에 미흡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권력형 비리사건이라고 해서 다를 리 없습니다.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저축은행 회장들의 말 외에는 이렇다 할 증거 없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에 대해 검찰로서는 "어떻게 수년전 일을 세세하게 기억하느냐"는 항변도 합니다. 오히려 마치 어제 일처럼 다 기억해내는 게 어색해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법원의 판결문이 그 사건의 진실만을 기록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증인의 위증으로, 피고인의 거짓말로 거짓과 진실이 섞일 수도 있습니다. "의심은 된다"는 법원의 판시처럼, 피고인이 검찰의 주장대로 돈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도 반박에 앞서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또한 '범인 10명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되새겨 봐야 합니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깰 정도로 증거를 충분히 갖추고 기소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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