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영장 매년 비슷, 카톡만 늘었다?(종합)

카카오(현 다음카카오)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147건의 감청영장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시간 감청에 대한 불안감과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급받아 집행하는 수사권의 행위는 합법적이다. 그럼에도 문자메시지나 (이동)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메신저까지 압수수색은 물론 `감청'이 실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8일 공지사항을 통해 "감청영장을 받은 사실이 있다"며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씀드려 혼동을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감청영장이란 우편물의 검열 및 전기통신의 감청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래의 대화 내용을 요청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 시절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받은 감청영장은 총 86건, 올해 상반기에만 61건을 받았다.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모니터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감찰영창을 청구 받은 경우 감청 영장에 기재된 요청 기간의 대화내용을 통상 3~7일 단위로 모아 수사기관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 "미래 대화내용까지 요구했다니"

'카톡 검열'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문제는 기존에 알려진 압수수색뿐만 아니라 감청영장이 포함됐다는 사실. 검경 등 수사기관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특정인의 미래 대화' 내용을 받아보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물론 내란 외환의 죄, 국가보안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일부 죄에 한해서라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예비 범죄자'로 지목된 이가 불특정 다수와 주고받은 메신저가 고스란히 수사당국 손에 넘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카톡만이 아닌 국내 모바일 메신저 사용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음카카오는 감찰영창을 청구 받은 경우 감청 영장에 기재된 요청 기간의 대화내용을 통상 3~7일 단위로 모아 수사기관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도 약 4800건에 달했다. 지난해 요청받은 압수수색 영장은 2676건이며 올해 상반기에 2131건을 제공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처리율은 지난해 83%수준, 올해는 77.5% 수준이다.

다음카카오는 감찰영장에 대해서 공개했지만, 실시간 감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정확히 선을 그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카카오톡은 이를 제공할 기술적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다음카카오는 "대화내용이 암호화되는 비밀대화, 수신확인 메시지 삭제 등 강력한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해 사생활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카카가 준비하고 있는 프라이버시 모드(종단간 암호화 기술) 적용시, 감청 영장 집행시에도 대화내용 확인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 억울한 다음카카오? '투명 보고서 정기 발표'

이번 사태에 대해 다음카카오는 일단 `거짓말'한 것이 드러났다. 압수수색 외에도 감청이 분명 일어났음에도 "없었다"고 부인했기 때문.

법원의 합법적 법 집행을 기업이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정론이 일지만 애초에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그 사실을 밝히는 것조차 법에 저촉될 수 있어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며 "면밀히 검토 후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이날 공식 사과와 더불어 "사용자 신뢰도 제고를 위해 정부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사용자 정보요청에 대한 요청 건수를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주가 SNS상에서 한 시민운동가와 설전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이재웅 다음 창업주는 "국가 권력의 남용이 문제지 기업이 공권력에 저항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다음카카오의 정보 제공을 비난하는 의견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은 시민 혹은 기업을 탓하는 이런 자세는 정말 구태"라고 꼬집었다.

◇ 수사기관의 SNS 감찰 본격화?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제한조치 영장(감청영장)발부 현황은 2011년 135건, 2012년 106건, 2013년 150건, 2014년 상반기 88건이다.

카카오톡 이전에도 감청영장은 발부돼 왔으며 증가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통신제한조치는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를 저지하거나 체포, 증거 수집 등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허가된다. 문제는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영장이 증가한 것. 카카오톡의 경우 지난해 86건, 올해 상반기 61건을 발부받았다. 지난해는 전체 감청영장의 57%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69%로 늘었다. 그만큼 메신저를 통해 오고가는 대화가 많아졌고, 범행 증거를 포착하기 용이하다는 뜻이다. 홍 의원은 "최근 들어 범죄가 지능화되고 다양한 통신수단이 활용된다는 측면에서 정확한 수사를 위해 통신제한조치 등의 영장수요가 증가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