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부녀들은 다이어트를 안한다?

머니투데이

공영희 소설가

러시아 사람들의 식성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정말 잘 먹고 음식도 잘 만들었다. S 몸매를 자랑하는 러시아 아가씨들이 결혼을 하면 어지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이상 금세 살이 붙는 이유는 이처럼 잘 먹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씬한 러시아 여자라도 어머니가 되면 요리에 대해 일가견이 생기고 식구들을 챙기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히 날씬하고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생존의 문제이지 않는가.

러시아 사람들의 아주 특별하지 않은, 그래서 일반적인 가정에서 먹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아침은 '자프트라크'. 러시아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서 찾는 것이 바로 차(茶)다. 뜨거운 차에 레몬을 넣고 꿀이나 설탕을 듬뿍 넣는다. 우선 그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셔야 정신이 나고 하루를 시작할 기운이 솟는다.

지금은 젊은 세대들이 커피를 마실지도 모르지만 30대(代) 정도만 되어도 뜨거운 차 맛을 잊을 수 없어 즐겨 마신다. 몇 년 전 필자의 작은 딸 친구가 손님으로 왔는데 역시나 차와 귀리 맘죽으로 그녀의 하루를 열었다. 그래서 필자와 두 딸은 지나간 러시아 시절을 이야기하고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러시아는 레몬도 시장에서 얼든지 쉽게 살 수 있다. 꿀도 벌집을 그대로 가지고 나와 팔기도 한다.

차를 마신 다음 검정 호밀 빵(초르늬 흘례브)이나 하얀 빵(의외로 빵 종류가 많다)을 썰고 버터를 바른 다음 치즈를 올려 놓는다. 그리고 삶은 소세지, 삶은 계란, 오이, 긴자(고수)등이 식탁에 올려 진다. 사실 러시아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빵은 전통적으로 구운 거무스름하고 묵직하며 곡식의 낱알이 껄끄럽게 씹히는 “초르늬 흘레브”다.

이들에게 “빵”은 우리 한국인의 “쌀”처럼 삶의 풍요로움과 건강, 부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하긴 어느 민족이나 자신들의 토양에서 나오는 주식은 삶의 전부일 수도 있을 것이며 곧 대지의 혼(婚)을 의미 할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의 빵에 대한 애정은 강하다. 보통의 주부들은 집에서 빵을 잘 구울 줄 알며 정신적인 지상의 양식으로 귀중함을 더한다. 이는 종교적인 속성이 강한 민족이라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전통적으로 내려 오는 것 같다.

옛 소비에트 시절의 슬로건이 “무엇보다, 빵을!” 이랬다니 얼마나 빵을 중시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서구의 영향으로 많이 간편해지고 있다. 사과나 토마토 등 과일도 꼭 챙겨먹는다. 오이를 무척 많이 먹는 것도 필자가 보기에 신기했다. 한국 사람만 오이를 잘 먹고 많이 먹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점심은 '아베드'. 오후 1-2시 쯤 러시아인 들이 풍성하게 음식을 먹는 시간이다. 지금은 예전처럼 거창하게 먹지 않고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이 간편하게 먹지만 레스토랑을 가게 되면 맥주, 포도주, 과일주 과일 쥬스, 칵테일과 크바스(러시아 전통 음료인데 보리를 발효해서 만들었음)등으로 입가심을 하고 전채(前菜)로 계절마다 다른 채소에 소스를 뿌리고 훈제 연어, 청어 절임, 토마토, 오이 피클, 캐비아(이크라)등이 있다.

이크라(알)는 검정색과 붉은 색이 있는데 검정 색은 철갑상어 알로 매우 비싸고 최고급으로 친다. 붉은 색은 연어 알로 일반 가정에도 많이 먹으며 필자도 시장에 가면 잊지 않고 사왔다. 러시아 사람들은 계란을 삶아 노른자를 꺼내고 그 자리에 검정 색과 붉은 색의 이크라(생선 알)로 반반씩 채워 넣었다 한다. 버터를 바른 빵에도 이크라는 흔히 얹혀져 있다. 특히 콘서트 장에 가면 꼭 연어나 연어 알을 올려 놓은 샌드위치를 꼭 판매한다.

점심 식사에는 꼭 수프가 나오는데 소고기, 양배추, 양파, 당근, 감자, 빨간 무를 소뼈와 오랜 시간 동안 은근하게 끓인 다음 마지막으로 우유를 응축해 크림으로 만든 약간 시큼한 스메타나를 뿌려주면 그 맛은 가히 일색이다. 러시아 하면 이 수프를 보르쉬 라고 하며 모든 국민이 즐겨먹는 대표적인 국민수프다.

수프를 먹은 다음에는 쌀밥이나 삶은 감자, 마카로니가 곁들인 소고기나 돼지고기, 아니면 생선이나 닭으로 요리한 메인을 먹는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떡갈비 같은 완자로도 만든다. 블린느 라고 얇게 부친 밀가루 전에 잼이나 과일, 이크라, 스메타나 같은 것을 기호에 맞게 올려놓고 말아서 먹기도 한다. 뻴멘 이라는 만두도 있다. 만두도 즐기는 민족이다. 슈퍼에서는 항상 냉동 만두가 구비되어 있다.

러시아 사람들의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피로그”라고 만두보다 더 큰 고로케나 파이 같은 음식이 있는데 만두보다 훨씬 크고 소가 다양하다.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얇게 민 후, 튀기고 속에 고기나 생선, 양파, 곡물, 딸기 건포도, 견과류 등 차곡히 층층이 쌓아 오븐에서 구워낸다. 예전에는 페치카(오븐)에서 구웠는데 17세기에는 무려 종류가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굽는 방법에 따라 모두 맛이 다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먹는게 디저트다. 케이크는 물론이고 초콜릿, 아이스크림, 과일, 푸딩 등으로 입가심을 한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디저트는 아침 차와 같은 개념이고 또 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