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국내 주식 영향 제한적"

중국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간 주식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다음주부터 시행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후강퉁이 본격 시행되더라도 국내 증시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후강퉁 시행일이 오는 17일로 결정됐다고 이날 밝혔다. 그동안 상하이증시의 A주는 내국인과 일부 투자자격을 취득한 외국인만 거래할 수 있었다. 후강퉁을 통하면 적격투자자자격이 없더라도 홍콩에서 상하이 A주를 쉽게 매수할 수 있다.


A주 시장이 일부 개방되면서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증시에 충격을 줄 정도로 자금이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후강퉁 투자는 기본적으로 홍콩과 상하이거래소에 동시 상장된 종목의 가격 괴리를 따져 차익을 얻으려는 것"이라며 "가격 차이는 금방 맞춰질 것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고승희 SK증권 연구원도 "후강퉁이 시행되더라도 외국인의 A주 일일 매수 한도 금액이 제한적이라 국내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예상했다. 상하이증시의 일일 투자한도는 130억위안(2조3000억원)이다.


국내 경제가 이미 선진국 진열에 들어선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저금리·저성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을 신흥국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외국인은 많지 않다"며 "후강퉁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기관이 아니라 개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지리적으로 거리가 먼 미국, 유럽보다는 아시아권 투자를 선호하듯이 서양권 투자자들도 후강퉁으로 중국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증권사 펀드매니저도 "상하이 A주는 은행, 화학 등 구(舊)산업 기업들이 주로 상장돼 있고 중국 회계 문제 등으로 투자하기에 쉬운 시장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다수의 글로벌 펀드가 추종하고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 상하이 A주가 편입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중국으로 이동할 수는 있다.

현재 MSCI 신흥국지수 내에 A주는 편입돼 있지 않다. A주가 MSCI 신흥국지수에 온전히 반영될 경우 홍콩을 포함한 중국 비중은 기존 18.9%에서 27.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한국의 비중은 1.7%포인트 하락한 14.2%가 된다.

오 팀장은 "MSCI 신흥국지수 내에 A주가 100% 편입된다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약 18조원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도 "한국, 대만의 경우에도 MSCI 신흥국지수에 6년에 걸쳐 비중이 확대돼 연간으로 계산하면 증시에 영향을 줄 만한 큰 규모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