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시중자금 '블랙홀'…30조 어디서 왔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제일모직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인 30조원 모집에 성공하며 자금 출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일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 이탈이 일어나는 등 투자자들은 가용 투자금액을 모두 끌어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10일 이틀 동안 MMF 설정액에서 순유출 된 자금은 총 7조1537억원이다. 특히 청약일정(10~11일)을 하루 앞 둔 9일에는 총 5조5950억원이 빠져 나가 자료집계가 시작된 2006년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에서도 대규모 자금 이탈현상이 나타났는데 협회에 따르면 지난9~10일 유출 자금은 총 3조7770억원에 달했다. 지난 8일 46조5245억원에서 9일 45조2761억원, 10일 42조7475억원으로 감소폭이 뚜렷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증시침체 탓에 시중 갈 곳 잃은 자금이 제일모직 청약으로 쏠렸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삼성SDS 공모주 투자 성공사례가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삼성SDS는 공모가가 19만원에 결정됐지만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72.4% 높은 32만7500원에 장 마감하며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당시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2배 높은 38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밖에 예적금을 해약하거나 담보대출을 받거나 수익률이 부진한 주식종목을 처분하고 제일모직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도 줄을 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원희 대우증권 장한평지점 지점장은 "투자자들이 있는 돈은 다 끌어모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예·적금을 해약한 고객도 있고 제일모직이 삼성SDS 때만큼 오른다면 훨씬 더 이득이라는 생각에 대출을 받은 고객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영민 신한금융투자 강남지점 PB팀장은 "CMA나 MMF처럼 단기금융상품에서 자금을 뺀 고객도 있고 수익률이 부진하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처분한 뒤 제일모직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은 지난 10~11일 이틀간 진행된 공모청약에서 총 30조649억원의 자금몰이에 성공했다. 청약 증거금 규모에서 삼성생명(19조8444억원)을 누르고 역대 1위 자리에 올랐다. 제일모직의 청약 경쟁률은 194.9대1을 기록했다.

제일모직, 시중자금 '블랙홀'…30조 어디서 왔나

9일, MMF 자금 유출 규모 역대 최대 기록 …"끌어 모을 수 있는 자금 모두 제일모직 청약에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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