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신해철 의혹' 감정결과 발표…'의료과실' 판단 안해 혼선(종합2보)

뉴스1 제공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오경묵 기자 =

신응진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가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고 신해철 씨 사망 관련 의료감정 조사위원회를 통해 의료감정을 도출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고 신해철 씨의 사망원인으로 밝혀진 심낭 천공과 소장 천공은 수술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므로 이를 "의료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박형욱 의료감정조사위원회 위원, 강신몽 의료감정조사위원회 위원장,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신응진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2014.12.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가수 신해철씨 사망 사고와 관련, 한 달여의 감정 끝에 '의료과실'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그렇다고 의료과실이 아니라고 밝히지도 않았다.

결국 의료사고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판단의 부담을 다시 수사기관과 법원에 미룬 것이다. 의협은 한 달여에 걸쳐 신씨의 의료기록을 감정했으나 결국 혼선만 키운 셈이 됐다.

의협은 3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씨의 사망과 관련한 의료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의협은 "위의 용적을 줄이는 수술이 시행됐고, 심낭 천공은 수술 중 의인성 손상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소장에 천공이 발생한 시기에 대해서는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수술 3일 뒤인 10월 20일 이전에 천공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같은달 17일 서울 송파구 S병원에서 강세훈(44) 원장의 집도로 장협착 수술을 받았다. 강 원장은 당시 유착박리술과 위축소술을 동시에 시행했다.

이와 관련해 신응진 의협 학술이사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수술이) 동시에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소장 천공은 유착박리술과 관련이 있고, 심낭 천공은 위축소술과 관련이 있다.

유착박리술은 장과 장이 공간 없이 들러붙은 상태를 원래대로 만드는 시술이고, 위축소술은 위의 용적을 줄이는 시술이다.

의협은 수술 중 심낭 천공이 발생했다고 보면서도 의료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심낭 천공과 소장 천공은 수술행위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라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박형욱 의료감정조사위원회 위원은 "장 협착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천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의료과실인지 아닌지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박 위원은 다만 "천공 자체가 모두 과실이 아니라는 뜻도 아니다"라며 역시 모호함을 보였다.

의협은 수술 이후 처치 과정에서 강 원장과 신씨에게 모두 '과실'이 있다는 양비론적 입장을 밝혔다. 강 원장의 경우 수술 직후 신씨가 극심한 흉통을 호소한 점으로 미뤄 흉부영상검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원인을 규명해야 했으나,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의협은 판단했다.

강 원장은 수술 이틀 후인 같은 달 19일 신씨에 대해 수술 이후 첫 흉부영상검사를 실시했다. 의협은 당시 흉부영상검사에서 심낭기종의 소견이 있었음에도 심낭 천공에 대한 발견과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이 복막염 진단을 위해 최소한의 진찰과 검사를 시행했으나,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복강경 수술을 하더라도 심낭에 공기가 차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흉부영상검사를 통해 심낭에 공기가 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위험한 상황이라 인식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이 과정에서 신씨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환자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과) 일정부분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록을 살펴보면 신씨가 강 원장의 투약을 거부했고, 외래진료 시간에 방문한다고 해놓고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도 의협은 "(환자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의사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며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에서 가려질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감정조사위원회는 강신몽 가톨릭의대 법의학 교수를 위원장으로 해 법의학, 법조, 외과학(비만의학 포함), 흉부외과학, 영상의학, 심장내과학, 마취통증의학 등 충분한 임상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9명으로 구성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달 9일 의협에 신씨의 진료기록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위축소술 관련 6개 문항, 소장천공 관련 12개 문항, 복막염 진단·조치 관련 13개 문항, 횡격막·심낭천공 관련 12개 문항 등 총 68개의 서면질의 항목을 의협에 보냈다.

경찰이 진료기록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질문이 10여개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상황이었다고 의협은 설명했다.

위원회는 전문 분야별로 위원들에게 경찰이 보내온 질의문항과 자료를 공유해 검토하도록 했고, 최종 감정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 18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종합토의를 진행했다.